보는 것을 그려요
드로잉 날짜_2020년 3월 28일
그린이_fantasmo
무얼 그릴까? 잘 모를 때는 사진첩을 뒤적이거나 인스타그램 피드를 계속 내려본다. 그러다 보면 내가 그리고 싶은 그것이 나타난다.
주변에 대부분이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로 둘러싸여 있지만, 모두가 그림을 그리고 싶은 포인트가 다르고 그리는 대상도 다르다. 그렇다면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경우가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이미지가 머릿속으로 들어와 그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연출되는 경우, 이런 경우는 대부분 조형적으로 사진이나 풍경이 질감과 색, 조형이 대비되면서 머릿속에 그대로 박히는 상황이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보는 방법도 바뀐 걸까? 내 눈이 그림으로 인식해서 장면을 꽝! 하고 그림으로 어떻게까지 그릴지 저장해버린다. 그럴 때는 색, 질감까지 저장이 되는데 그렇다고 외워서 그리는 건 아니고 사진을 찍거나 그 자리에서 드로잉을 한다. 그 순간의 감각과 조형을 그대로 그려버리고 나중에 들쳐보면 그 드로잉만큼 생생하게 느린 순간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두 번째는 내가 사랑스러워하는 대상을 만난 경우다. 난 대부분 캐릭터를 만들어 그리거나, 머릿속에 상상되는, 대충 이런 아이는 이런 모습일 거야 라도 그려지는 대상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그 대상들은 이미 나의 마음을 훔쳤고 그들을 그리지 않으면 그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기분마저 든다. 그래서 그들을 그린다. 그런 부채감을 덜기 위해, 그리고 창조하기 위해
그리고 여러 가지 두루두루의 이유도 있는데, 아무래도 돈을 주는 그림도 중요한 목적 중에 빼놓을 수는 없다. 생활이란 더없이 중요하고, 대가를 지불한다는 것은 그것에 가치를 매기는 것이니 말이다.
목적 없는 드로잉은 끝내 목적을 만들기도 하고 여차저차 유희에서 시작했다가도 기대감에 스스로 낙담하게도 한다. 목적 없이 시작했어도 유희 이상의 인정과 좋아요가 뒤따르지 않으면 꾸준히 하긴 참 어렵다. 참 복잡 미묘하다. 요즘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은 내가 그렇게나 인정받고 싶어서 드로잉을 하는 건 아닐까? 생각도 든다. 이렇게 결론도 흐지부지 드로잉 막말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