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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ntasmo Jun 12. 2020

바로, 여기

나의 마음속 이야기의 제목 정하기

인스타그램에 계속해서 드로잉을 올리고 있습니다.

무목적 드로잉입니다. 유희일 수도 있고 나 스스로의 위로일 수도, 아니면 누군가에게 좋아요를 받고 기뻐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7월 인천 북페어를 나가기로 했다는 걸 잊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기억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속 깊이 드로잉들을 모아서 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머리 한구석에서 작은 책으로 엮는다면 어떻게? 계속해서 생각은 이어갑니다.


글이 떠오르기 전에 제목을 짓고 싶습니다. 제목이 그럴듯해야 책의 짜임새도 그럴 듯 해진다고 믿거든요. 우선 그라폴리오에 연재하던 스토리의 제목은 ‘드로잉 아무 말’이었습니다. 정말 제목도 지을 여력도 없고 아무 말이나 하고 싶었거든요. 무게 감 없이 자유롭게. 그러다가 전체 드로잉을 아우르지만 나의 성격을 드러내는 제목을 다시 지어보자 결심하고 지은 게 ‘특별한 곳이 아닌 일상의 공간’이었습니다.


다른 작가분들은 많이들 여행을 다녀오거나 해외에 거주하면서 그 풍경들을 그리는데, 제가 그리는 풍경은 아주 평범한 우리 동네의 풍경이었거든요. 그리 예스럽지도 않고 비슷한 가로수들의 비슷한 관목들의 공원들. 하루를 마감하며 산책하며 자주 만나는 풍경들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바로, 여기’라는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그 어딘가도 아닌 ‘바로, 여기’. 판타지도 없고 고양이는 여전히 힘들게 골목 생활을 하고, 이런 공간이 존재하는지도 모른 채 바쁘게 걷는 사람들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바로, 여기’


내가 이 드로잉들로 하루의 기쁨을 느끼고, 버티었듯이 그 마음을 조금씩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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