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젖

#10 이렇게 아버지가 되어간다

by 서한영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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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당신의 가슴에서 초유가 나온 밤입니다.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 어머니의 젖 냄새를 기억해보려고 합니다.
내 몸안으로 밀고 들어왔던 그 첫 방울의 질감을 떠올려보려 합니다.
두근두근합니다.
도무지, 믿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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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는 젖을 먹는다고 합니다.
바로, 당신의 젖을요.
잘 믿기지 않습니다.
젖을 꼴각꼴각 먹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제가요.
잘 믿기지 않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머니의 품에서 젖을 먹은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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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는 태어나자마자 젖 냄새를 가장 먼저 맡는다고 합니다.
눈을 뜨기도 전에 어머니의 젖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포유류를 두고 젖 냄새를 기억하(려)는 동물, 이라 부르나 봅니다.
나도 포유류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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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는 죽기 전 흰 젖을 토하고 죽는다고 합니다.

한 평생 젖으로 몸을 덥히다 마지막 순간에 흰 젖을 토하고 죽는다지요.
사람은 죽기 전 괄약근이 풀리면서 속옷을 더럽힌다고 하는데요.

그 속옷에 아주 조금은 젖이,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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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이 도는 기분은 어떤가요.
젖이 차는 느낌은 또 어떤가요.
마냥 무거운 느낌인가요.
따뜻한 느낌이 나기도 하나요.
정말 핑핑하고 도는 느낌이 있나요.
Maade Ssi 느낌의 세계로 들어가 보고 싶습니다.
오래전에 빠진 젖니 자리가 한참, 시큰합니다.

오늘 일기장에 초유, 젖을 써놓고 나니 문득 어머니가 보고 싶은 밤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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