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뒤 남은 것

대사 없는 씬 쓰기

by 판타

[설정]

원룸 / 낮

연인

이별 후 같이 살던 집에서 짐을 가져가려고 방문한 여자.

씬 목적 : 이별을 앞둔 두 남녀의 마지막 감정 처리


[본문]

창을 막고 서 있는 행거로 어두운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남자(33). 말끔한 셔츠 차림에 무표정한 얼굴이다.

철컥, 하고 도어락 열리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자(29).

남자가 흘깃 바라보면, 여자는 감정을 억누르듯 입술을 앙 다문 채 커다랗고 빈 상자를 천천히 내려놓는다.

여자, 할말 없냐는 듯 원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면, 불편한 듯 다시 TV로 시선을 돌리는 남자.


잠시 남자를 바라보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체념하듯 작은 한숨 내쉬는 여자, 곧장 행거에 걸린 옷들을 던지듯 상자 안에 집어넣는다.

남자, 흘깃 바라보지만 더 이상 눈을 마주치지 않는 여자.

화장실로 향하다, 싱크대 위 흐릿한 커플 사진 박힌 핑크색 머그컵 하나를 발견한다.

사진 속 행복하게 웃고 있는 빛바랜 사진에 잠시 눈이 흔들리는 여자.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조심히 꺼내 손에 쥔다.


여자의 움직임이 잠시 멎자 뒤늦게 다가오는 남자, 그녀 손에 들린 컵을 보고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박스에 넣으려 상자로 향했다가 점시 망설이는 여자.

남자가 고개 저으며 가져가지 말라는 듯 손 뻗자, 그를 향해 돌아서며 컵을 뒤로 감추는 여자.

잠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원망과 체념이 가득하다.

결국 알겠다는 듯 컵을 식탁에 탁 하고 내려놓는 여자.

남자, 그제야 한발 물러나는데 갑자기 컵을 들어 바닥에 던져 깨버리는 여자.

순간의 정적일고 남자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면,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숨을 몰아쉬는 여자.

결국 눈에 눈물 그렁그렁 해지더니, 손으로 입을 막고 울음을 삼킨다.


남자, 뭔가 말하려다 말고, 걸레 꺼내와 바닥을 조용히 닦는다.

어느새 흔적도 없이 깨끗해진 바닥.

남자는 청소를 마치고, 깨진 컵 조각을 뚜껑 없는 쓰레기통에 넣는다.

그들의 빛바랜 사진이 파편화되어 쓰레기통에 담긴다.

어느새 울음을 멈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자 뒤돌아서, 반도 채워지지 않은 박스를 들어 올린다.

더이상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 고개 숙인 채 문을 나서는 여자.


남자는 걸레를 들고 문이 완전히 닫힐 때까지 여자의 뒷모습 내다보고있다.

다시 TV 소리만 들리는 집 안, 무표정하게 소파에 앉는 남자.

불편한 듯 카라를 만지작거리다, 이내 단추를 하나씩 풀어 내린 후 셔츠를 벗는다.

그러다 반이 비어버린 행거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을 바라보는 남자.

눈이 부신 듯 일그러트리다, 벗은 셔츠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눈물을 쏟는다.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릴게요.

좋은 하루 되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삽질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