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밥은 먹자

대화 있는 씬 쓰기

by 판타

장소 : 오래된 아파트 주방, 저녁

등장 인물 : 엄마(주부)와 아들(회사원)

주방 / 밤


낡은 형광등, 가끔씩 깜빡거린다.

식탁엔 소박한 반찬 몇 가지. 아들은 말없이 앉아 있고, 엄마는 등을 돌리고 설거지한다.


엄마 (등진 채, 담백하게) 먹어. 식기 전에.

아들 (숟가락 들다 멈칫, 짜증 섞인 말투) 뭐야? 요즘 일절 말도 안 걸더니.


엄마는 말없이 설거지 계속. 아들은 한두 번 숟가락을 들었다 놨다 한다.


아들 (참다못해) 또 아무 말도 안해! 나 무시해? 왜 사람 기분 잡치게 하냐고!

엄마 (돌아보며, 단호하게) 기분이야 네가 잡치는 거지. 예전엔 잔소리한다고 쌩 난리를 치 더니, 이젠

가만 히 있어도 난리야? 이게 아주 보자 보자 하니깐!

아들 (숟가락 놓고 일어서며) 됐어. 말을 말지.

엄마 밥 먹다 말고 어딜 가?

아들 …회사 가지 어딜 가!

엄마 당장 앉아! 너 회사 안 나가잖아!


말문이 막힌 아들.

숨 막힐 듯한 긴장감 도는 분위기 속, 고무장갑을 탁 벗고 식탁에 앉는 엄마.


엄마 그래. 말하라니까 좀 물어보자. 회사, 왜 그만뒀어?


아들은 입술을 꾹 다문다. 한참 뜸 들이다, 툭 던지듯 말한다.


아들 …죽을 것 같아서.

엄마 뭐? 왜, 누가 괴롭혔어?

아들 아니. 사는 게 쳇바퀴 도는 것 같아서. 엄만 이해 못 하겠지만. 사람이 왜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

엄마 (버럭) 엄마가 뭘 이해 못 해! 잘했어!

아들 뭐…?


엄마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반찬 하나를 그의 앞에 놓는다.


엄마 (담담하게) 그래도 밥은 먹자. 약은 먹어야지.


엄마를 말없이 보는 아들.

눈을 깔고, 조용히 국물을 한 숟갈 뜨려하지만, 손이 떨린다.


아들 (웅얼거리듯)…봤어?

엄마 (고개 끄덕이며, 애써 덤덤하게) 응. 지난주 청소할 때 침대 밑에서 봤어.

아들 들키면 완전 난리 날 줄 알았는데….

엄마 엄마가 미안해.

아들 뭐? 엄마가 뭐가 미안해.

엄마 사는 게 팍팍해서 내 새끼 아픈 줄 어렴풋이 알면서 모른 척했다. 엄마한테 말도 못 하고 얼마나

더 곪아 터졌을 거야.

아들 (울먹) 아, 왜 갑자기 안 하던 말을 하고 그래! 하지마! 밥 다 먹었으니까 일어날게.


빈 밥그릇과 수저 집어 든 아들, 싱크대에 내려놓고 돌아서다 엄마 뒷모습 보고 멈칫.

손가락에 감긴 밴드 사이로 보이는 벗겨진 피부들.

잠깐 고무장갑 내려다보다, 이내 집어들어 손에 끼고 엄마가 하던 설거지 이어 한다.

엄마, 그대로 뒤돌아 앉은 상태로 흐느끼는 듯 어깨 흔들린다.

형광등이 다시 한번, 깜빡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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