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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 Sep 12. 2023

태어나 보니 엄마 딸



어릴 때는 큰 이모가 엄마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간절하게 바랐다.

옆동에 사는 이모네에 가면 항상 따뜻한 목소리 따뜻한 눈빛과 내가 원하는 먹을 것을 항상 챙겨주시고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시는 바이브를 흠뻑 느낄 수가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둥지 같은 이모집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면 항상 마음이 추웠다.

집에 가면 해야 할 일들을 해야 하고 안 하면 혼나고 뭐 그런 평범한 집이었지만 정작 어린 나는 칭찬과 관심에 굉장히 목말라 있었다. 관심을 받기 위한 사투는 점점 무감각으로 바뀌어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이런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결혼 후 아기를 낳고 기르면서부터다.

불쑥 엄마와 내 모습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느 때는 당시의 일들을 가만히 되짚어 보기도 하고, 밑도 끝도 없이 화가 나기도 했다.

아이를 기르면서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은 여지없이 엄마와의 관계에서도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

그 시절 잊고 지냈던 시간들이 가끔은 꿈에 나타나고 아이와 함께 다시 재경험을 하기도 했다.


엄마라는 사람을 인간으로서 존경한다. 그러나 어릴 때 내 입장은 좀 다르다.

그것들을 깊은 창고 속에 상자에 봉인에 넣어두고 살아왔는데,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그 상자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열려버리고 말았다.

나는 당황했고, 혼란스러웠고. 그래서 쓸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지금은 어떤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는지. 차근히 풀어나가야 했다.

그 혼란들은 글을 쓰며 이어볼 수도 있는 어떠한 퍼즐들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느낌 때문에.


그렇게 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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