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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 Feb 20. 2024

소아비만 판정을 받은 날



   오늘은 뭐라도 쓰고 싶은데, 비가 오고 몸은 찌뿌둥하고, 친한 친구를 잃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아침부터 심장 박동이 규칙적이지 못하다. 오리고기를 밑간 해두고 밖으로 나왔다. 생오리를 요리하는 것은 태어나 처음이다. 육류 중에 오리고기가 유일하게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택한 재료다.


   아이는 얼마 전 성장 클리닉에서 성장 호르몬 수치 검사를 받았고, 비만이라는 글씨가 쓰인 종이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살이 급격하게 찌는 걸 알았지만,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라고 느꼈지만. 막상 의사의 입에서 운동을 해야 하고, 먹을거리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는 그날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경고음으로 뚜렷이 들렸다. 우리 세 식구는 이것에 대해 걱정되고 두렵지만 서서히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는 조용히 달고 기름진 가공식품들을 멀리하고, 얼마 전까지는 쳐다도 보지 않았던 채소식들을 군말 없이 먹고 있다. 병원에 가서 수치상 나오는 결과들은 모두의 가슴을 쓸어내릴 만큼 건강했다.

   몸무게와 지방 그리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좋지 않다는 사실 빼고는 영양 상태부터 모든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었다. 뼈가 또래에 비해 2년이 빠르다며, 호르몬 억제 주사를 권했다. 비급여라 부담이 되어 망설이는 것을 이해한다고 했다. 설명을 듣는 내내 의사의 말이 신뢰가 가지 않았다.  

   운동이나 식이요법에 대한 이야기는 짧게 지나가고, 온통 주사에 대한 결론으로 말이 돌아갔다. 내분비 전문의답게 아이의 모든 내과적 검사를 했고, 그것에 무색하게 설명은 주사를 빨리 맞지 않으면 예상 키보다 10Cm 작게 클 거라고 겁을 주며 끝났다. 

   한 달 반의 보류 기간을 약속하고 병원에 나와 저염식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유독 아이가 밝게 밥을 먹는 것이 내심 고맙고 대견했다. 살이 찌는 와중에 건강한 것이 이렇게 감사할 일인가.


    나는 건강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워낙 성장 환경에서 건강 잔소리를 많이 듣기도 했고, 엄마가 된 뒤로는 그것이 결벽에 가까워져 몸이 힘든 날에도 짜증을 누르며 아이의 식사에 신경 써왔었다. 

그런 노력에 무색하게 아이는 현재 비만이지만, 다행히 병원 충격 요법(?)이 아주 잘 먹혀 모두가 힘을 합쳐 식탁 위를 바꾸고 생활 습관을 바꾸는 지금은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이 아이가 내 품에 있을 때,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앞으로 남은 10kg 1년간 천천히 감량해 다시 맑은 된장국도 잘 먹고 생선에 밥 잘 먹는 건강 입맛으로 돌아와 건강하게 여행 다닐 날들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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