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이맘때쯤이면 무릎 밑까지 오는 장화를 챙겨 신고 숲으로, 들판으로, 호숫가로 떠났다. 찬 기운이 돌며 스산해진 공기와 달리 가을 하늘은 청명했다.
프랑스 앙제 집에서 차를 타고 15분쯤 외곽으로 달리면 ‘미래를 여는 정원’이 나온다. 큰 규모의 비건 마트인데 가지런하게 상품이 진열된 가판대들을 지나쳐 뒷 문으로 나가면 광활한 들판에 제철 과일과 채소가 열려 있다. 정말 멋진 광경이었어서 작은 탄성을 내질렀다. 구역이 나눠진 곳에 배 나무, 사과나무, 그 맞은편 밭엔 당근, 감자, 파, 비닐하우스엔 토마토, 가지 등이 자라고 있다.
밭에서 파와 당근을 뽑고 사과나무에서 꼭지를 돌려 딴다는 걸 너무 당연한 상식으로만 알아왔지 직접 손에 흙을 묻혀 가며 수확한 건 삼십여 년을 살며 처음 하는 경험이었다. 심지어 가판대에 깨끗하게 진열된 것과 같은 상품인데 밭에서 직접 가져오면 20프로 할인도 해 줬다.
그리고 10월 말, 비가 오고 난 다음 날 아침 일찍 이 숲, 저 숲으로 버섯을 따러 다닌 경험 역시 경이로웠다. 나를 둘러싼 세계 또한 살아 숨 쉬고 있구나를 들이마시는 숲 공기 한 모금 한 모금에서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동물인 말도 지인의 시골집에 가면 앞마당에서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었다. 펜스가 쳐져 있었지만 내가 가까이 가면 말도 호기심을 보이며 다가왔다. 그러면 뺨이나 옆구리에 가만히 손을 얹고 말이 내뱉는 숨을 가만히 따라 쉬었었다.
사계절 중 가장 찬란하지만 가장 찰나이고 말라서 바스락거리는 소재들과 형형색색의 꽃이 공존하는 멋진 나의 가을을 어떻게 꽃과 화기에 담을 수 있을까. 이렇게 눈으로 몸으로 익힌 것들은 핀터레스트에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다. 꽃 하나하나를 신경 써서 고르고, 여름 내 말려 둔 소재들을 꺼내본다.
이렇듯 가을엔 조금 더 과감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