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에 기댄 내 꽃 이야기

<연남천 풀다발>을 읽고

by 환희

한 달에 두 번 격주로 나가고 있는 그림책 모임 <짠>의 대장님이자 라깡정신분석도 함께 공부하고 있는 지인 승희씨가 몇 달 전부터 팟빵으로도 그림책을 소개하기 시작하셨다.


이 모임을 하기 전엔 애들 보는 동화책이겠거니 하고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왠 걸.

첫 번째인가 두 번째 모임에서 누군가가 소개한 그림책을 읽고 마음이 동해 눈물을 보였었다.

짤막한 아이들 대상으로 나온 책이었는데 그림 하나에 글 한 줄 있는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곱씹을 것도 많고 내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매 회, 멤버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게 골라 온 동화책들이 너무너무 궁금해졌다. 그러다 보니 나도 신경 써서 책을 고르게 되고 내가 왜 이 책을 골랐을까 하며 내 마음 상태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팟빵 <승희씨의 그림책 산책>이 어느덧 20회를 맞이해 이번에 소개하는 <연남천 풀다발> 그림책과 관련해 플라워 아티스트인 나를 초대해 주셨다. 미리 보내주신 인터뷰 원고의 질문들이 참 적절했다. 이제까지 내 꽃 생활을 정리하는 감사한 기회가 됐다.




환희 : 저도 승희씨가 고른 책의 첫 문장 ‘모든 것은 가을로부터 시작되었다’에 평소 같지 않게 마음이 가는데요, 아무래도 이른 봄부터 계획했던 것들이 코로나로 정체되었다가 요즘 들어 다시금 얼마 남지 않은 하반기 활동을 준비하다 보니 그랬던 거 같아요. 저는 ‘어떤 풀은 뾰족하고 어떤 풀은 둥글둥글하다. 둥근 풀은 뾰족한 풀이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는 문장이 참 좋았어요. 현대사회에선 각자가 가진 고유한 특성들, 나를 나이게 해주는 것들이 쉽게 무시되고 지워지는 걸 느껴요. 사실 저는 저이지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없는 건데 유행하는 것들, 모두가 좋다고, 예쁘다고 느끼는 것들이 자꾸 획일화돼가는 게 안타깝더라고요. 그러다 이 문장을 만났을 때 ‘아 정말 그래 길가에 난 풀들은 어쩜 그렇게 다 다른 모습일까’ 그리고 그게 얼마나 멋진 것인가를 새삼 느꼈어요.


Q. 승희 : 환희씨 마음에 와 닿은 두 번째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A. 환희 : ‘며칠 전까지 무릎 정도로 자랐던 애기똥풀이 도로 키가 작아지더니 꽃이 진 자리에 씨방이 생겼다. 비가 오지 않은 채 봄이 끝나가면 꼿꼿하던 대가 흐느적거리기 시작한다. 풀은 물을 저장하지 않는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흙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라는 구절인데요, 여기서 말하는 풀은 길가에 핀 들풀, 들꽃을 말하는 것 같은데 풀이 물을 저장하지 않는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그러니까 비가 덜 오는 건 풀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우리도 살면서 항상 꼿꼿할 순 없는 거고 풀처럼 어느 시기에는, 좀 맥없이 흐느적거리게 있어도 되지 않나? 그러다 보면 언젠가 비는 다시 내릴 거고 그때 다시 꼿꼿해지면 되지 않을까요. 덧붙여서 저는 한국 와서 느낀 게 ‘행복하세요’라는 판에 박힌, 눈 돌리면 어디에나 있는 문구가 되게 부담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꼭 행복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요? 그냥저냥 이 정도면 하루 잘 살아냈다, 아니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도 괜찮지 않나 해요.


Q. 승희 : 서두른다고 될 일은 아니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계획하고 계신 일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A. 환희 : 저는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 내는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일을 할 때 가장 나다움을 느끼는데 앞으로도 재료나 소재, 주제 등 그 어떤 것에도 저를 가두지 않고 이제까지 해 온 일들을 계속해 나가고 싶어요.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감사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승희씨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승희씨의 그림책 소개는 그저 유익하고 거기에 아나운서 뺨치는 목소리와 자연스러운 진행은 덤입니다!


<승희씨의 그림책 산책> 팟빵

http://www.podbbang.com/ch/1775737?e=23864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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