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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파고 Jan 18. 2021

경이로운 소문은 역시 경끼롭군

#넷플릭스에도 올라와서 좀 다를 줄 알았어

경이로운 소문이 OCN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찍으며 엔딩을 향해 질주하던 와중, 느닷없이 작가가 교체됐다. 잘 나가는 드라마에선 작가가 왕인데, 웹툰 원작이 있는 거라 이제 와서 이견이 있을 일도 없건만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나는 웃었다. 경이로운 소문이 재미있다고 얘기가 나올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않았으나 SNS를 통해서 전해 들은 것만으로도 다 본 듯하다. 정작 경이로운 소문은 따로 있었다. 현역 정치인의 지지자들이 방송국에 빗발치는 항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그 정치인 같다나. 그게 왜 문제가 되는 걸까? 웹툰 원작자한테 항의를 하던지 허구의 드라마 주인공이 자기들 보기에도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 멋있었으면 왜 항의를 하겠어요. 더 많이 보라고 광고하고 다니겠지. 이명박도 유인촌이 주인공 한 드라마 때문에 이미지 잘 떠서 성공했잖아요.


이거 너무 웃기는 지점 아닌가? 드라마 주인공이 간악하기 짝이 없는 자인데, 자기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생각나게 하니까 몹쓸 드라마라고 화를 내? 뭔가 멀쩡한 문장인데 독해가 안 되는 것 같은 이 기분 뭐지? 어쩌라고? 대체 왜 어떻게 그런 사람을 지지하는 걸까요? 그래도 사랑은 죄가 없다니 그거까지는 알 바 아닌데 왜 남들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에 항의를 하는 걸까? 주인공과 그 정치인의 관계를 모르던 사람들도 다시 보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런 희대의 멍청이들이 벌이는 코미디는, 그러나 웃고 넘길 수 없는 실전호러가 됐으니.  


전화가 불이 난다는 소문이 들리고 얼마 후, 그 정치인이 우리 세금으로 써대는 광고가 드라마에 붙기 시작했다. 나는 이걸 보면서 당연한 수순이라 여겼다. 돈과 욕설과 폭력적인 언론플레이와 안 보이는데서 가하는 협박이 그의 주특기이기 때문이다. 광고가 붙은 다음 수순은 드라마 제작이 맛이 가게 되어 있다. 역시나 예상대로 작가가 하차하는 걸로 한 치도 빗나가지 않는다. 어떻게 아냐고?


이게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관심이 없어서 지나치겠지만 어쩌다 보니 오래 전부터 알게 됐다. 그 바닥의 생리를 알고 사람들을 알고 누가 어떻게 압력을 넣고 그 딜에 어떤 대가가 오고 가는지 조금 안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정해진 매뉴얼이 있는 것처럼 세 번 다 똑같은 프로세스를 거쳤다. 그래서 예상에서 빗나가지 않는다.


첫 번째는 2018년 봄 교통방송의 백반 토론이었다. 아마 들어본 사람 많을 거다. 속 터지던 시절 드물게 우리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웃음 터지게 해 주던 프로그램이니까. 배칠수의 성대모사와 기가 막힌 대본으로 빵빵 터지는 해학의 잔치였다. 그런 프로그램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제작진이 작가에게 어떤 걸 요구했다.


작가가 동의할 수 없는 요구였다. 그런 요구대로 일 할 수는 없다고 그만둔 것이다. 요구 내용은 이렇다.

"모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 하면 안 된다."

그 작가는 그 후 볼 수 없게 됐다. 무슨 스탈린 시대 얘기하는 것 같네.


이런 밥그릇 박탈에 대해 소위 인권 노래 부르는 다 안다 다 낀다 다 나댄다는 사람들 중에 단 하나도 언급하는 걸 못 봤다. 투명인간도 아니건만 안 보이는 척. 그 이유도 조금은 안다. 그 사람들 대개 그 정치인 동네에 가서 강연하면 강연료를 천만원씩이나 받았다는 경이로운 소문이 있다. 단체장이 세금을 집행하니까 이럴 때 참 좋다. 내 돈처럼 인심을 쓸 수 있다. 그래서 두둑하게 받으신 분들은 1010한 친구가 되신다. 그래서 벌거벗은 것도 안 보이는 척 한다. 이런 사람들이 대한민국 지식인 위세는 다 떨고들 계신다는 게 킬포.


두 번째는 역시 2018년? 2019년일지도. 그것이 알고 싶다였다. 당시 이 모 PD가 맡았던 꼭지는 조폭과 정치였다. 1부가 나가고 발칵 뒤집어졌지만 PD는 2부를 기대하라고 장담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설마 어쩌겠어? 그런데 어쩌더라. 대한민국 최고의 탐사프로그램도, 방송 한 번에 나라를 발칵 뒤집고 사람 목숨도 몇 죽였다 살렸다 했던 프로그램도 그게 되더라.  누군가 PD를 찾아가 주차장에서 대화를 나눴다. 2부는 방영 직전 사라졌다.


그 꼭지는 방송국 창고에서 자고 있고 그 방송국의 모기업 건설회사는 그 정치인의 지역 관급공사를 수주하는데 지금까지 약 3천억 대라는 소문이 들린다. 우연의 일치겠지. 설마 그렇게 노골적으로 거래를 하겠어? 공문서는 그렇게 되어 있지만 말이야.  어쨌든 프로그램 결정권자들은 요구에 동의한 것이다. 그 PD는 직장이니 동의 여부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뭐하는지 그 뒤에 들은 소식은 없다.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이 세 번째다.


모두 그 한 사람과 관련되어 있다. 물론 경이로운 소문도 그런 이유인지는 모른다만 두번은 확실하다. 

단지 한 정치인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인격살해 수준의 사이버불링을 당한 사람을 나는 많이 알고 있다. 모 여배우, 모 작가, 모 기자, 그리고 고소당한 수많은 네티즌들.

예상컨대 무서운 일이 벌어지면 앞으로 삼십 번은 더 일어날 것이다. 그 이상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그때가 되면 모두 다 알아서 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정치인에게도 이런 권력을 준 적이 없다. 그런데 어디서 챙긴 걸까? 냉동 낙지 뱃속처럼 한없이 투명한데 어디서 주워 든 권력을 이렇게 휘두르는 걸까? 보통 이런 경우 정치인의 갑질, 혹은 희대의 정치적 외압이라고 난리가 나면서 역풍을 맞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직 한 사람만 비켜간다.  이제까지는 나경원이 이런 쪽으로 최고였는데 요즘 그녀는 무슨 생각할까? 자기랑 똑같은 짓을 훨씬 더 엄청나게 하는데도 더 잘 나가는 게 부러울지도.


무능도 직권남용도 거짓말도 불륜도 조작도 정치공작도 세금 남용도 낙하산도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심판받지 않는다. 모든 거짓말과 모든 망상 모든 착각 모든 조작이 완성한 위대한 돈 콜레오네 만세


사람들이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른다. 기레기들이 입을 꾹 닫고 북조선 어버이 수령님처럼 쪽쪽 빠는 기사만 쓰고 있기 때문이다.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는 울고 갈 정도다. 가끔 비판 기사가 있긴 있다. 그런 걸 보게 되면 난 또 웃음이 난다. 기레기가 친구비(주:친구로 사이좋게 잘 지내자고 맛있는 거 사주는 걸 말한다)가 떨어졌구나. 그래서 또 청구서 넣는구나. 비판 기사는 언제나 단신으로 끝난다. 포털 메인에 올라오지도 않는다.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냥 서로 알아보기만 하면 되는 청구서니까. 다 세금이다.   


더욱 희한한 건 포탈들이다. 메인에 안 보이는 건 너희 마음이라 쳐도 멀쩡한 댓글도 활동 중지가 됐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에 관련된 댓글이다. 욕설은커녕 이름도 없던데 별명을 썼다고 어떻게 아는지 아, 인공지능이 있지. 우리는 엄청난 첨단기술을 가진 나라니까 그 정도는 가볍게 할 수 있다. 그렇다. 이 대단한 기술을 이렇게 쓴다. 한 사람에 대한 정당한 분노와 비판을 입막음하기 위해 첨단 IT 기술이 활용된다.  


경이로운 소문이 경이로워 글을 쓴다. 어차피 내 글은 볼 사람도 별로 없으니 부담은 없다. 그럼에도 누군가 연락할 것 같은 이 두려움은 뭘까. 하수인 시켜서 대리 고발하는 게 전문이라 떨린다. 이런 상태 자체가 짜증 나고 분노가 치밀어 그냥 지나갈 수가 없어서 쓴다. 민주적이고 자유롭고 법과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회를 만들려고 애쓴 사람들이 아주 많이 있다. 그런 노력을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권력과 돈과 증오가 한 팀이 되어 마음껏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힘은 없지만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우롱당하지 않으려고 똑똑히 기억하려 한다.   


#바람빠진 소문 대신 완결판 #아수라를 보자 @시나이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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