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ar away from Mar 11. 2021
한겨울 추위와 모진 눈보라에도 살아남았을 텐데
바람 좋은 봄날 깊은 어둠 땅끝에서 뻗어 나오는 어린잎사귀에 그만
힘없이 떨어지고 만다
억척스럽게 버텨왔던 세월이며
모질게 견뎠던 시련이며
서럽게 눈물지었던 수많은 날들이 지나고
떨어지는 잎사귀의 궤적은 자유롭고 우아하다
연습 없이 허공을 가르며 단 한번 추게 되는 춤사위
그를 성가시게 했던 수많은 것들까지 숙연해지게 만드는
짧지만 긴 그 몸짓
얼었던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온다
누군가에게는 새 생명을
누군가에게는 소멸을 주게 될 그 계절
봄이란 계절이 주는 특성 때문인지
아무도 소멸에는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마치 이 창조의 계절이 영원할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