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시

범골과 어머니

by Far away from

연녹으로 덮인 푸르른 산

10년이 넘어 찾아간 그곳

어머니를 따라 오르던 그곳을

이제 나의 아들을 뒤로한 채 걷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그저 계절만 반복되었는지

야속하게도 변치 않은 그곳이

오히려 너무 변치 않아 낯설다


그때와 비슷한 연령대의 등산객들과

떠들썩한 배드민턴 치는 소리

절에서 은은하게 울리는 목탁소리와

범골에서 만난 나이 든 꼰대 아저씨


모든 것이 그대로인 것 같지만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오랜만에 만난 어머니

높은 산 험한 길을 사뿐사뿐 걷던 어머니

왜 이제 동네 평탄한 길을 그리도 천천히 걸으시나요


오랜 세월 세상을 핑계 삼아 찾아뵙지 못하고

전화통화만 한지 오래.


전화로는 매일 똑같은 하루 보내고

매일 놀고먹고 쉬고 아무 일 없으시다던 어머니였는데

왜 걸음은 그리 느려지셨나요


범골을 호령하던 빠른 발걸음 어디 가셨나요


한 통화 전화로 안심하고 위안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러워

하염없이 흘러가는 세월이 한탄스러워


하늘을 올려다보니 왜 그리도 청명했던 색이 노랗게 바래졌나요

푸른 봄 청록의 연한 잎사귀들 왜 가을인 듯 누렇게 바래졌나요

무심히 걷던 길가에 주저앉아 허탈함에 눈물짓습니다


눈부시게 청명했던 하루

오랜만에 찾아간 고향과도 같은 범골을 저녁 무렵 다시 되새겨봅니다


맑게 흘러내리던 개울에도 어머니의 모습이 겹치고

범골 그 페인트가 곳곳에 벗겨진 낡은 벤치에도 어머니가 있습니다

오늘의 기억 속 잰걸음으로 제 앞을 걸어가시는 어머니가 있어

가득 벅차오르는 행복함에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느려진 걸음 제가 속도를 더해 드릴게요

이제는 당신을 따라 늙어가는 염치없는 막내아들이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지나칠 수 없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