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시

노을 뒤 어둠

by Far away from

노을이 진 뒤

어둠을 맞이한다

찬란한 붉은빛 뒤에 이어지는 검은 어둠


밝은 뒤 어둠은

그 어둠 속으로 나조차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길을 걷는 사람들 소리

바쁘게 칼질을 해대는 오토바이 소리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 소리

들려오는 소리들이 아직 내가 살아있음을 알려주지만


마음껏 길을 걸을 수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도

내 나름대로 시간을 보낼 수도 없는 답답함에

얹힌 속을 쓸어내리듯 가끔 가슴을 매만진다


수많은 위안들과

좋지 않았던 시행착오들이

지금의 내 삶이 정당하다 말해 주지만

어쩌면 그것이 다가 아닌듯하다


점차 더 초라해지는 내 모습과

나보다 더 초라해지는 그분들의 모습


노을 뒤 어둠에 사라져 버리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자아는 사라지고


노을 뒤 어둠에 사라져 버리고만 싶은 자아가

가파른 오르막에 올라타는 그림자처럼

땅 위로 솟아오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무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