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시

나다

by Far away from

별을 올려다보는 것

나다


잔뜩 취해 길을 걷는 것

나다


나이 든 몸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것

나다


현실의 괴로움을 이런저런 위안들로 삭히며

가을밤 귀뚜라미 소리로 꽉 막힌 속 쓸어내리는 것도


소화되지 않는 것들 소화시키려 애를 쓰며

애써 몸을 비틀어 과장되게 걷고 있는 모습도


빛마저 바랜 채 손님 잃어 쓸쓸한 느낌인 간판을 쳐다보며

이런저런 옛 추억들 생각하고 지워버리는 것도


나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리 영광스럽지 않았고

대단할 것 없었던 지난날이지만

내겐 대단했고 굉장했던 시간들


내가 낳은 사람과

내가 만든 결과물들이 있지만


결국 나는 나 하나뿐

그 누구도 나인채 살아갈 순 없다


별빛이 흐려진다

이내 구름에 가려진다


별은 다시 나올 테지만

내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짧고

게다가 눈물에 가리어져

그 빛을 밝게 쳐다볼 수 없다


속이 좋지 않아 잔뜩 토하고 난 내게

맑은 눈동자의 소녀가 쳐다보며 손을 내민다


그 소녀는 어린 왕자이고, 말괄량이 삐삐이며, 미츠하시에 손오공이다.

때론 방법도 모른 채 미련하게 맨손으로 고기를 잡던

측은하고 불쌍한 내 어린 시절 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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