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시

by Far away from

길고 깊었던 강추위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았던 나뭇잎들이

한 번에 빨갛게 노랗게 물이 든다


길고 혹독한 시간

숨 고르며 움츠리며

버티고 버티다가

나뭇잎 하나둘씩 색이 바래며

어느새 온 동산이 변했다


인고의 시간은 쓰고 길었지만

한 따위는 남아있지 않은 듯

모든 것들이 조용하고 차분하다


단풍은 짧게 낙엽으로 흩뿌려진다

하나하나의 잎에

추운 겨울 생명의 움틈과

이른 봄 연녹색 유년기와

더운 여름 싱그러운 젊음의 기억 가득하지만


할 말 많을 것 같은 그 잎들 모두

아무 말없이 떨어져

그저 바닥에 차곡차곡 쌓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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