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ar away from Dec 29. 2021

익숙한 것을 대하는 자세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때쯤 되면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진다. 마지막 남은 며칠과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내야 할 것 같고 의미 있는 생각을 하려 애를 쓰게 된다.


그 생각 중에 하나로 오늘은 익숙한 것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난 배드민턴을 7~8년 쳤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새로운 걸 배운다기보다 기존에 배웠던 것을 트레이닝하는 개념으로 레슨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 점차 열정보다는 운동한다는 느낌으로 그 운동을 대하고 있는 나를 느끼게 된다. 처음엔 자기 전까지 민턴 동영상을 보던 나였는데..


그 자리를 자연스레 새로 배우고 있는 야구가 차지했다. 야구는 너무 재미있어서 레슨 받는 날을 기다리고, 한 번이라도 공을 더 던져보고 싶어서 안절부절이다. 새로 사는 용품들이 언제 올까 기다리고 대하는 모든 것들이 새롭고 신선하다.


이 운동들을 생각하며 난 가족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첫째 민재는 12살. 이제 13살이 된다. 요즘도 나날이 새로운 것들에 탐닉하며 새로운 문화를 습득하고 창조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함께 보낸 세월이 있다 보니 모든 관계에 의한 행동들은 익숙하고 편안한 가운데 흘러간다. 대화방식 행동 패턴 등등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범위이기 때문에 아이가 어렸을 때의 내 우주에 빅뱅이 일어나는 듯한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을 보면서 이 익숙한 감정이 나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 이성은 나쁜 게 아니라 말하고 있다. 아이의 새로움이 날 매일매일 다그치게 했고 새로운 글로 무언가를 표현해야 했고, 내 삶과 죽음이 매 순간 교차했지만 그 절실함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라 할 순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의 모습 관계의 모습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지만 변하는 가운데의 의미가 있고 그 모습 그대로의 묘미가 있다.


코로나로 꽁꽁 얼었던 한해이지만 그렇게 자신을 싸매고 생활했기에 그 외의 큰 이벤트도 없었다. 이렇게 숙성해 가는 것. 마치 과일이 맛있게 숙성되려면 뜨거운 여름 인고의 시간을 버텨야 하는 것처럼. 나의 한해. 우리의 관계. 모두 의미 있었다.


애썼다 우리 모두.

가장 익숙하지만 낯선 '나'란 존재에게 박수를 보내며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유질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