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시

산 중턱에서

by Far away from

애매한 곳에 멈춰서 주위를 둘러본다

애매한 곳에서 두리번거리는 행위는

내가 참 좋아하는 일


사람들은 초입에서 으쌰 으쌰 하고

정상에서 성취감을 느끼지만

중간의 기억은 잘하지 못한다


삶의 수많은 날들

태어난 날과 죽는 날만 기억한다면

중간의 흩뿌려진 수많은 날들은 뭘까?


무엇을 하든

시작과 끝만 기억한다면

그 모든 것들의 중간 덩어리는 과연 뭘까?


중간에 멈춰 서면

휴식처라고 만들어놓지 않은 곳에 멈춰 서면

길 중간이라 애매하고

풍경도 볼 것 없고

누군가의 길을 막고 있는 것 같아 빨리 가야 할 것 같지만


그곳이

우리가 대부분의 인생을 보내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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