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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r away from Feb 12. 2023

기차여행 6

민재가 중학교 들어가기 전 마지막 부산 여행. 하지만 마지막은 항상 새로운 시작이게 마련이다. 새로운 시작과 끝이 늘 함께 교차하는 삶 속에 우리는 항상 여행을 하며 살고 있는 듯하다.


민재는 요즘 몸이 아파 고민이 많다. 그런 과정 속의 여행. 민재같이 시작이 힘든 아이에게 중학교라는 새로운 출발이 오히려 힘들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픈 상태이다. 이번 부산여행은 그래서 더 의미 있다. 민재의 초등학교 입학 전. 무언가 큰 고민을 가지고 있는 아이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자 시작했던 부산 기차여행.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항상 큰 고민과 큰 일을 앞두고 있을 때 부산을 찾게 되는 것 같았다. 


어김없이 첫차를 타고 부산으로 출발한다. 새벽시간이라 준비하기가 쉽지 않음에도 항상 거뜬하게 준비해 주는 민재가 너무 고맙다. 첫차를 타고 도착해서 우리의 1차 단골 본전돼지국밥집을 보았는데 줄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우리의 2차 단골인 대건명가 돼지국밥집으로 들어가 아침을 먹는다. 그곳도 웨이팅이 있었으나 다행히 두 명이라 금방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돼지국밥을 먹고 초량역에서 1001번 버스를 타고 오랜만에 찾는 부산 국립과학관을 찾는다. 부산 국립 과학관은 몇 년 전에 왔기 때문에 민재와 나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오시리아 역에서 내려서 과학관까지 걸어가는 길엔 부산에 새로 지은 것 같은 부산 롯데월드와 롯데마트, 이케아 등이 있었다. 서울 못지않은 곳 부산.


걸어가는 길에 벌써 동백꽃이 피기 시작했다. 이곳은 벌써 봄을 준비하는 듯하다. 우리가 힘들고 지치는 일상을 살고 있는 시간에도 꽃들은 어김없이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민재와 2층 전시장과 천체투영관 아인슈타인 관련 영상을 예약한다. 민재와 전시관에서 여러 가지 체험을 하고.. 준비 중인 시설이 많아서 날로 먹는다고 이야기하며 깔깔거린다. 1시에 예약해 놓은 천체투영관 영상을 시청하고 나니 2시가 가까워졌다. 민재가 몸이 불편한 것 같아서 서둘러 호텔로 향해서 체크인을 서두른다. 


다시 1001번 버스를 타고 해운대도시철도역에서 내려서 토요코인 호텔까지 걸어간다. 호텔의 회원 얼리 체크인 시간은 3시. 그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했으니 시간을 준수해서 올라가라는 말에 3시 정각에 호텔에 입실한다. 민재 불편한 몸을 좀 정리하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나간다. 점심을 먹지 못해서 해운대 메인도로에 있는 고래사어묵에서 각각 어묵 3개씩을 사 먹고 나와서 해운대 바다를 본다.


해운대 바다 옆 건물들은 항상 공사 중인 것들이 많다. 저번엔 한창 공사 중인 건물이 이번엔 말끔한 모습이다. 우리의 삶과 몸도 마찬가지겠지? 어제는 정리되지 않았던 것들이 다음엔 정리되고.. 항상 변하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며 살 수밖에 없는 인생이다.


민재와 해운대 바다. 민재는 어렸을 때처럼 모래놀이를 하자고 떼를 쓰지도 않고 간절하게 무언가를 원하지도 않는다. 많이 크기도 했고, 고민도 많아 보인다. 


'저 바다가 너의 근심을 다 가져갔으면 좋겠어'


노을이 지는 바다의 모습이 너무 예쁘다. 여러 군데에서 모인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마지막 겨울바다를 즐기는 모습이다. 각자의 삶을 살다가 이렇게 같은 곳에서 만나고 또 각자의 삶으로 돌아갈 사람들. 여행은 그 이름만으로도 많은 생각과 느낌을 가지게 한다.


우리는 5시 10분에 예약해 놓은 방탈출 카페로 향한다. 이번 테마는 남아있는 마지막 초심자 테마인 렘브란트를 위하여였다. 지난번엔 폴아웃 프로젝트라는 테마를 하여 약간의 도움으로 성공한 기억이 있었다. 우리 둘 다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지만 최선을 다했다. 8개 테마 중 7개까지는 성공하였으나 마지막 테마를 성공하지 못하여 실패.. 아쉬웠지만 받아들이기로 한다.


방탈출 카페에서 나오니 이미 밖은 어둑어둑해진 상태였다. 목마르다는 민재에게 편의점에서 물을 사서 먹이고 저녁을 먹으러 우리의 단골 금수복국으로 향한다. 까치복국은 너무 많이 먹어서 이번엔 은복국을 먹었다. 1인이 23000원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 하지만 국물까지 완샷 했다. 


그곳에서 나와서 우리는 해운대 시장 공연장거리에서 박스 공연을 하는 걸 발견했다. 작은 책 사이즈의 박스로 던지고 받으며 장기를 펼치는 공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라 무척 재미있었다. 공연을 보고 우리는 민셔 선물을 사러 간다. 우리가 자주 가던 액세서리 가게에서 민셔와 영상통화를 하며 민셔 선물을 산다. 해운대 시장 골목은 사람들로 만원이다.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여러 지역의 사람들. 요즘엔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도 많아서 사람구경이 무척 재미있다. 사람의 얼굴과 모습을 보는 것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들 중 하나였다.


민재와 나는 호텔로 들어가는 길에 실외 야구장을 들어가 봤다. 전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토요코인 호텔 바로 옆에 있다. 그곳에서 난 왼쪽 팔을 공으로 맞아서 멘탈이 털렸다.. 이런 그지 같은 기계!! 



민재는 아쉬운지 밖에 바다를 보러 나가자고 했으나 호텔에서 쉬다 보니 귀찮은지 그냥 있자고 한다. 민재가 훗날 많이 자라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이 시간은 이 앞의 포장마차에서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는 시간으로 변하리라. 그날을 고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가 되면 이런 새로운 것을 같이 할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은 든다. 언제나 항상 지금 나누는 느낌과 기억, 추억은 너무 값지고 소중하다.


민재와의 부산 여행의 밤이 지나간다. 새벽에 배가 아프다고 한번 깼지만 민재도 숙면을 취한 듯하다. 옆 방들에서 분주한 소리에 일어나 보니 아침 7시. 아침 7시는 토요코인 조식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주말이라 조식에 사람들이 붐빌 듯하다. 하지만 민재가 너무 숙면을 취하여 조금 더 자게 해 주고 7시 45분쯤 조식을 먹으러 간다. 역시나 사람이 많아서 자리를 잡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나쁘지 않았다. 반찬 메뉴들이 더 풍성해진 것 같다. 빵과 주스를 마시는 느낌도 너무 좋았다. 민재와 짧지만 기분 좋은 조식 시간을 갖고 호텔에 들어가서  출발 준비를 한다.


부산역으로 와서 편지를 쓴다. 우리는 부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항상 편지를 쓴다. 편지의 내용은 우리 여행에서 느낀 점이나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고민거리 등이 주를 이룬다. 형식에 제한은 없고 자유롭지만 무언가를 매번 여행마다 쓴다는 게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민재는 이 시간을 즐기는 것 같다. 그리고 더 즐길 수 있는 이유는 편지를 쓰고 나면 자유라는 사실이다. 게임도 마음대로 해도 되고 간식도 맘껏 먹어도 된다. 이런 자유와 해소감이 여행을 더 기다리게 하는 이유인 것 같다. 특히나 우리와 같이 긴장도가 높은 사람들에겐 얼마만큼의 자유를 주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최근에 아이들이 장염까지도 걸려서 고생을 했다. 아이들이 아프면 모든 부모는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런 상태이다. 하지만 믿고 기다린다. 아이가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한다. 이 시간은 값진 성숙의 시간이라 생각한다. 아이에게 긍정을 심어주고, 그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부산은 이제 편안하고 익숙하다. 그리고 부산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도 편안하고 익숙하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시간은 많은 것들을 이뤄지게 한다. 이렇게 함께 이뤄낼 수 있었던 기억과 추억과 여행의 형태가 생겼다는 것에 감사한다. 내 감사한 마음은 오로지 민재이다. 고맙다 민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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