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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r away from Mar 24. 2023

꽃이 가득 핀 들판에서

꽃이 가득한 들판에서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누워버렸다

각양각색의 꽃향기가 가득했는데

그 모습은 호화찬란한 백화점 같았다


밝고 따뜻한 봄 햇살과

색색깔의 활짝 핀 꽃들이

내게 웃음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웃지 않았다


내게 아직 봄은 오지 않았기 때문에

난 그것들에 화답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고집스러운 내 마음만큼이나

꽃도 고집스러워서

내가 웃기 전까진 지지 않을 기세다


우리는 알 수 없는 기싸움을 한다

해가져서 나는 이상하게 진 것 같은 기분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꽃은 저녁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린다

머쓱해진 나는 피하듯 자리를 떠난다

노을에 비친 꽃의 표정은 웃고 있는 듯하다


나의 봄을 고집스럽게 웃으며 기다리고 있는 거라고

멋대로 생각해 버린 나는

꽃에게 보이지 않는 미소를 흘리며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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