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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r away from Mar 27. 2023

봉숭아

어렸을 적 봉숭아 잎을 으깰 때마다

그 진한 즙을 보고 봉숭아의 눈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다 하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

하지 못한 말이 많아서

원래 잎보다 더 진한 색의 액체를 내뿜는 거라고

그리고 손톱에 스며든 봉숭아 물은

봉숭아의 한을 담은 듯이

진한 빛으로 오래가곤 했다


봄이 와서 세상에 온통 꽃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내 맘은 왜 그런지

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 겉도는 느낌이다


펑펑 울고 나면 나아질까?

내 눈물도 봉숭아잎의 즙처럼

내 원래 색보다 진한 색을 띠고 있을까?

나의 한을 어디엔가 전해 진하게 물들이고 나면

그다음에 나는 무엇이 되는 것일까?


말 못 하는 봉숭아에게

물어보고 싶은 수많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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