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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r away from Jun 27. 2023

정원의 기억

끝맺음 없이 이어져온 삶의 많은 것들 속에서

유독 생각나는 밝은 낮 골목에 덩그러니 혼자  서있던 나를 떠올린다

세상의 많은 탐욕과 이기적인 욕망들과

내 안의 많은 욕심과 갈증을 초월하여

아무런 결핍 없이 서 있었던 나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무엇이든 꿈꿀 수 있었지만

실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던 나


소유한다는 것은

덜어낸다는 것을 뜻한다


내 삶의 많은 걸 덜어내야 함을 강요받는다는 것은

내게 그만큼의 많은 것들이 담겼다는 거겠지


세상이 온통 빛바랜 정원이다

낡고 습한 이끼 낀 담벼락 안에 구부정하게 피어있는 들꽃 하나가 날 올려다본다

낮게 앉아 눈을 맞추고 한참이나 서로를 바라본다


어쩌면 이 오후 햇살이

그때의 나와 맞닿아 있으리라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부족하고 미완성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리고

미완의 정원을 꿈꾸고 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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