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동기 유발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
내게 그 아이가 그랬다.
처음 느껴보던 애틋한 우정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깨어지는걸 지켜보던 나로써는 움직여야 한다는 사명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눈이 많이 내리던 겨울날 쓸쓸한 자작나무가 그려진 모닝글로리 중성지 일기장을 사서 투명한 바탕에 오렌지색 작은 무늬가 그려져있는 포장지에 포장을 해서 편지한통과 함께 그 아이의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다.
전교생이 다같이 운동장에서 눈싸움을 하던 중이라 몰래 넣어놓는게 가능했다. 설레던 맘으로 그애의 반응을 기다렸으나 초등학생이던 순수한 우리의 감수성으로 어색함을 극복하기란 불가능했던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그애의 집앞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윤상1집 테입을 사다 놓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집 주변을 서성이기도 했으나 만나는 것에 실패했다.
시간이 흘러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었으나 향수처럼 마음속에서 가끔씩 배어나오는 향기에 그애가 가끔 생각나곤 했다.
성인이 되어 싸이월드라는 매체가 유행을 하고, 용기를 내어 그애를 찾아보게 되었고 찾게 되었다.
쪽지로 말을 걸어보았다.
'규일아. 나 기억하니?'
'오! 구진이구나? 잘지냈어??'
'응. 어떻게 지내?'
'그냥 공부하고 지내지!'
아마 여기서 끝이었던것 같다. 과거의 향수와는 달리 너무 되바라져버린 그 애의 느낌. 그리고 오랜시간 숙성되어 곰삭아버린 나의 연락을 별로 중히 여기지 않는 듯한 느낌이 더이상의 연락을 필요없게 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감정을 과장시킨것일까? 아니면 진실이 시간이 지나 변해버린것일까? 어떤 것이든 시간이란 마법이 부린 장난인 거겠지..
그렇게 난 한번 더 이별을 하게 되었고, 성시경이 나의 노래를 대신 불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