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now on.. Kyung min
오늘은 달에 달무리가 끼었어.
그 달빛을 이정표 삼아 걷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보이더라.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걷거나, 멈추거나, 뛰면서..
웃거나, 찡그리거나, 화내거나, 걱정하거나.. 가끔은 우는 사람도 보였어.
또 나보다 더 성성한 흰머리를 가진 40~50대.
그보다 더 삶의 깊이가 보이는 주름을 가진 5~60대.
한때는 떵떵거리며 살았겠지만 초라한 어깨를 가진 7~80대까지..
시장을 걸었어.
과일을 파는 사람은 왠지 피부가 좋고 동안으로 보이고..
머리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생닭을 파는 사람은 왠지 을씨년스러워 보였어.
그 어떤 모습이든, 시장에선 생동감 있고 삶의 근본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어.
아들아.
너의 오늘은 어땠니?
하루하루 변변찮은 음식들로 허기를 달래고
청춘에 빠져 지내고 싶은 수많은 유혹들을 뒤로한 채
불안한 미래를 보장받기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하는 공부를 하고,
단 한번 실패로 쓴맛과 쓴소리를 맛보는..
너의 23살 명절 전 너의 하루는 어땠니?
걷다 보면 대부분 그러리라 생각되는 모습들이지만..
가끔 가다 눈길을 사로잡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은 삶에 있어 한이 있거나, 잊지 못할 경험을 한 것이 분명한 사람들..
시간은 모든 것을 무뎌지게 만들지만, 그들 같은 경우는 무뎌지기 전이거나, 무뎌질 수 없는 사람들이겠지.
분명 성인이 되었지만, 완벽하지 못하고.
그 완벽하지 못함을 채워줘야 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몫일 텐데.
주변인으로써 너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항상 마음 한편이 아려.
네게 남아있는 상처에는 '연고'라는 도움이 필요한데..
'연고'는커녕 또 다른 공허함의 상처들이 널 괴롭힐 테지.
결핍은 작은 자극에도 자신감을 잃게 만들고,
궁지에 몰린 채 '포기' 하거나, '대안'을 찾게 되겠지.
실로 수많은 사람들이 소신을 가지고 시작한 일들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아들아.
너의 하루를 다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미루어 짐작하는 바가 많아.
네가 얼마나 성실하게 목표한 바를 향해 정진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
그렇기 때문에 항상 널 응원하고, 결과로 널 평가하지 않아.
그 어떤 것이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좀 더 나은 선택을 위한 흔들림이라면 환영이지만,
외압에 의한 포기라면..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주변 그 어떤 것도 비난하거나 원망하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갔으면 좋겠어.
지금까지 잘 그래 왔듯이..
수많은 사람들이 결핍 속에서 방황하지만, 완벽하진 않더라도 그 안에서 수많은 '선택'들을 하고 산다는 것은..
너도 잘 아는 사실이잖아..?
아들아.
그리고 내가 토양이나 햇볕이 되어줄 순 없겠지만..
네가 목마를 때 물을 줄 수는 있는 조력자임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그 사실에 부담을 갖지 않아 줬으면 좋겠어.
걱정하지 마.
아파하지 마.
내일 떠오를 태양이 기대되고.
굶주린 저녁. 엄마가 차려줄 메뉴가 뭘지 잔뜩 기대하고 하루를 보낼.
그럴 나이야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