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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 away from
Apr 02. 2024
봄이 되면 엄마를 따라 쑥을 캐러 갔다. 쑥을 캐러 간다가 맞는 표현인지 쑥을 뜯으러 간다가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쑥을 뿌리째 뽑지는 않았던 것 같으니 뜯었다는 표현이 맞는 표현인 듯하다.
어린 쑥을 뜯으러 갔기 때문에 딱 이맘때였던 것 같다. 완만한 경사의 너른 언덕 같은 느낌의 황무지였다. 봄 햇살은 가득해서 따뜻했고, 가끔씩 불어오는 다소 차가운 바람도, 적당한 흐름의 구름에 가려져 그늘이 졌다 밝아졌다 하는 분위기도 좋았다. 주변은 고요했고, 흔한 자동차 경적소리도 누군가의 큰 외침도 들리지 않았다.
그 시간은 왠지 모르게 풍요로웠고, 고요했고, 흔들림 많은 내면에 가득 햇살이 들여 차서 오히려 주변에 쫑긋 귀를 기울이게 되는 여유마저도 있는 시간이었다.
엄마는 분주히 쑥을 뜯었고, 나는 쑥을 뜯는 둥 마는 둥. 네 잎클로버를 찾기도 했고, 이른 들판의 나비의 움직임을 쫓아다니기도 했다. 엄마는 그런 나를 탓하지 않았고, 내가 무엇을 해도 괜찮은 양. 엄마의 일을 열심히 할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는 날 어디다 맡길 데 없어 데려온 것뿐이었을 텐데 난 그 시간이 온전히 자유로웠고, 풍요로웠다. 마치 시간이 그대로 머물러도 좋을 것만 같이 결핍 없는 시간이었다.
나비와 풀들은 나에게 왜 그러냐 묻지 않았고, 내가 굳이 이유를 댈 필요도 없었다. 아무것도 강요당하지 않고, 아무것도 묻지 않는. 고요한 대지. 평온의 상태.
이맘때만 되면 그때가 생각난다. 그 쑥으로 만든 떡도 생각난다. 난 그 대가 없이 자유로운 시간을 보낸 대가로 향긋한 쑥떡까지 먹을 수 있었다. 그 풍요로움에 기대어 난 마치 철없는 아기강아지처럼 마냥 어리광을 부릴 수 있었나 보다.
그랬던 시절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