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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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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r away from Apr 28. 2024

봄에 시를 담다

이름 모를 들꽃들도

계속 보다 보면 이름이 생긴다


그것들을 좋아하다 보니

오히려 이름 있는 것들보다

내게 더 큰 이름이 생겼다


그렇게 존재들은

저마다의 짝을 만나고

자기를 알아주는 존재와 자신을 나누며 살아간다


가끔 누구와도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것 같은

길고양이나 야생의 생물들을 만나면

마음이 아픈 이유는 그 고독한 아픔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들풀은 만나는 존재들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그 고매한 마음을 가진 친구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나는 만나는 사람들에 따라, 입장에 따라 매번 다른 마음과 행동을 취하는데

그 정제된 피로감은 어디서 해소할 수 있는 걸까?


자주 보던 들풀을 아마도 난

동경했나 보다


매년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너의 짧은 생에 우월감을 느끼면서도

고매하게 피고 지는 너의 삶에 열등감을 느꼈나 보다


맞지 않는 나를 기계 속에 넣고 매일매일 갈아대는데

그 많은 철가루와 찌꺼기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절제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갑자기 들풀을 꺾고 싶어졌다


여느 때처럼 행하진 못하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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