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들꽃들도
계속 보다 보면 이름이 생긴다
그것들을 좋아하다 보니
오히려 이름 있는 것들보다
내게 더 큰 이름이 생겼다
그렇게 존재들은
저마다의 짝을 만나고
자기를 알아주는 존재와 자신을 나누며 살아간다
가끔 누구와도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것 같은
길고양이나 야생의 생물들을 만나면
마음이 아픈 이유는 그 고독한 아픔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들풀은 만나는 존재들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그 고매한 마음을 가진 친구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나는 만나는 사람들에 따라, 입장에 따라 매번 다른 마음과 행동을 취하는데
그 정제된 피로감은 어디서 해소할 수 있는 걸까?
자주 보던 들풀을 아마도 난
동경했나 보다
매년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너의 짧은 생에 우월감을 느끼면서도
고매하게 피고 지는 너의 삶에 열등감을 느꼈나 보다
맞지 않는 나를 기계 속에 넣고 매일매일 갈아대는데
그 많은 철가루와 찌꺼기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절제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갑자기 들풀을 꺾고 싶어졌다
여느 때처럼 행하진 못하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