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ar away from May 02. 2024

구멍

가슴에 구멍이 났어요

무엇이 들어있는지도 몰랐는데

무엇이 나갔는지도 모르게..


언제부턴가 텅 빈 채로

숨을 쉬어도 숨이 모이지 않는 기분이에요


따뜻한 공기를 가득 채워

심장의 박동마저 느끼고 싶지 않은데..


구멍나버린 가슴의 끝에

심장이 삐그덕 거리며 뛰고 있음이 느껴져요


구멍이 뚫리기 전엔 아마

사랑이 있었던 것 같아요

꿈도 있었던 것 같아요

희망도 있었던 것 같아요


허전해진 가슴을 매만지며

오늘도 살아요


그나마 위안인 건

태어나는 순간부터 난

이유를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았다는 사실이에요


과거에 내가 살았던 모든 기억도 어쩌면

없던 일일지도 몰라요


난 오늘이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인지도 몰라요


어제는 가까운 지인의 장례식에 갔다 왔고요

오늘은 언제 옷에 붙었는지도 모를 개미를

척박한 사무실 바닥에 무심하게 털어버렸어요


어쩌면 오늘이 내 첫 삶인지도 몰라요

어제까지의 난

없었는지도 몰라요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