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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 away from
Jul 05. 2024
바보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바보를 꿈꾸는 그 아이는
맘속에 담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
무겁고 힘들어 바보가 되고 싶다 했습니다.
잊히는 것보다 쌓이는 것들이 많아
바보가 되고 싶다 했습니다.
찬란한 태양을 볼 때는 본연의 찬란함만 느끼고
여행을 떠날 땐 여행의 설렘만 담고 싶다 했습니다.
누가 날 바보취급하든
말이 없어 얕보고 무시해도 상관없는
바보가 되고 싶다 했습니다
아무도 건들지 않고
아무것도 담아 놓지 않는
바보가 되고 싶다 했습니다
다 비워져
더 이상 비울 것이 없는
바보가 되고 싶다 했습니다
오늘도 바보를 꿈꾸는 아이는
힘겹게 숨 쉬고
어렵게 자기 자신을 내려다봅니다
왠지 우주로 이어져 있을 것 같은..
꿈꾸는 순간이 되면
공허한 경외감에 막연한 설렘을 느끼곤 하는 그 아이는
아직 무엇을 잃어버리지 않았기에
바보가 될 수 없는 걸까요?
무엇을 놓고 싶지 않기에
바보가 되지 않은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