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이야기

by Far away from

집에 오는 길에 도로 한가운데 검은 물체가 있다.

서둘러 차선을 바꿔 피하고 난 뒤 지나면서 보니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돌리는 것이 작은 강아지다.

겁을 먹은 건지, 어디를 다쳤는지.. 꼼짝도 하지 않는 모습에 그냥 지나쳐 온 것이 마음이 좋지 않다.

아직은 후텁지근한 날씨에 창문을 열고 지나가는 옆 차에서 웃으며 하는 이야기.

'한 그릇도 안 나오겠구먼 그래~ 깔깔..'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애지중지 키운 김 할머니네 소 누렁이.

눈물로 서로 이별을 하지만 도축된 소는 이름 없는 시골 저잣거리에서 가격이 계속 내려간 채 썩어가고..


곤충의 왕 사마귀는 갑작스레 추워진 가을날 자신의 길이 아닌 인간의 길로 나와

모진 구둣발에 대항한 자세를 인도에 새긴 채 화석처럼 굳어간다.


한 자 한 자 정성을 기울여 써 내려간 지난날의 일기장은

음식물 찌꺼기가 뭍은 채 폐기물 처리장의 한 줌 재로 하늘에 맞닿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정성스레 써 내려간 편지는

헤어짐과 동시에 갈기갈기 찢어지는 정성조 차 기울어지지 않은 채 가장 후미지고 구석진 곳에서 주인을 잃고 잊혀 간다.


한 사람에게 일생일대의 수술을 하고 계신 황모 의사 선생님.

수술부위의 끔찍함과 상반되게 저녁 회식 때 먹을 맛집에 대해 이야기하며 군침을 흘리고


연화장의 장례식장.

오랜 역사와 숨결을 가진 한 인간의 소멸의 순간이라는 엄숙한 분위기와는 상반되게..

장례식장은 유쾌해야 한다는 명목을 등에 엎은 채 큰소리로 웃고 떠드는 사람들과,

그 옆에서 음식을 준비해주며 더 많은 건수를 확보하려 자신들을 홍보하는 상조회 아주머니들이 있다.


그나마 가장 오랜 정성과 시간을 들인 자식들..

자신들이 잘 살아야 효도하는 것이라는 보기 좋은 명목 하에..

이제는 성치 않은 몸으로 하루하루를 고통으로 살고, 오늘은 유독 더 아프고 위험한 하루를 보낸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회식자리 무엇을 넣었는지 정체조차 알 수 없는 폭탄주를 완샷 하며 조직에 충성을 맹세한다.


대학생 때 의사를 보조해 알바를 하며 사람 치료하고 살리는데 기여했던 사람이

군대에 가서 사람을 효율적으로 죽이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군대에서 제대하여 결혼하여 애를 낳고 생명의 신비함과 고귀함에 대해 감탄하고 애지중지 하지만,

회사에 나가 자신과 똑같은 입장의 김대리를 밟고 올라가 군대에서 배운 사람 죽이는 법에 대해 복습한다.


아주 흔한..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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