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를 하고 면도를 한다.
치약을 짜내 양치를 하는 욕실 문은 열려있다.
그 옆으로 이른 아침을 알리는 밝고 투명한 햇살이 집 안을 화사한 스튜디오 분위기로 만들어준다.
화장품을 바르고 적막한 집안이 숨막히는 듯한 마음에 음악을 켠다.
선택에서 자유롭지만 복불복인 라디오에선 다행히 괜찮은 클래식 음악이 흘러 나온다.
잠시 다시 누운 침대에서 바라보는 벽은 에메랄드색 페인트가 칠해진 낡은 콘크리트 벽.. 갈라진 선의 곡선들을 눈으로 따라가다가 금이 멈춘곳에서 생각도 멈춘다.
완벽한 초기화..
나는 누구이고 여긴 어디인가?
그때 어디선가 낯익은 벨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관계..
관계들이 다시 Connecting 된다.
그 관계는 연속된 것인지 불연속한 것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시 연결된 관계에서 과거의 좋고 나쁨이 없는 상태에서도 분명히 좋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고, 좋지 않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다.
오늘을 산다.
오늘 좋은 느낌과 기분을 주는 이에게 감사하며 다가가고 싶고.. 좋지 않은 느낌을 주는 이는 어린아이와 같이 솔직한 마음으로 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설 것이다.
허락된 만큼 다가가고.. 허락된 만큼 멀어진다.
옷을 차려입고 나간 곳은 낯선 곳..
나와 같이 허락된 하루를 살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모여있지만, 각기 다른길을 가고 있다.
종적을 알 수 없는 곳에서 새의 지저귐이 울리고.. 무심코 찾으려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시야가 닿은 곳에는 낯선 건물의 Sky line과 푸르른 하늘 뿐. 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웃음이 나와 싱긋 웃으며 다시 걷는 발걸음은 가을 공기가 내 몸을 부양해 주듯이 가볍고, 머리와 가슴은 빈듯이 홀가분하다.
목적지도.. 이유도 없는 외출..
언제부터 준비가 된 것인지, 당당하며 자신있게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고.. 그렇게 보낼 하루가 맛있는 식사를 끝내고 나온 것 같이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