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창가에 지는 새벽_4

hs says..

by Far away from

무척 흐린날이다.

이젠 지끈지끈한 두통도, 흠씬 두들겨 맞아 아픈 몸도 자연스럽다. 어느 순간부터 육체와 정신을 분리시켜 생각하기 시작했다. 맞아도 죽지는 않을거라고. 적어도 죽지 않을만큼 다치고 아플거라고..


다른 아이들이 또렷한 정신으로 삶의 의미와 목적을 탐구하는 동안에 난 항상 비린 피맛을 느끼며 찡한 정신으로 삶의 의미와 목적을 애써 찾아야만 했다.


파아란 하늘과 에메랄드 빛 바다 넘실대는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바다 특유의 비릿한 냄새.. 잠에서 깨었음에도 생생한 장면들..


행복하지 않았던 어린시절 희수는 꿈 속에 보았던 장면을 생각해 본다. 어린 희수는 누구의 관심대상도 되지 못했고, 그 누구도 희수의 안부를 묻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의 꿈속에서는 혼자가 아니었다..


나를 덥쳐 무너진 피아노와 물건들에 대한 통증이 현실에서도 느껴진다. 꿈과 현실은 연결되어 아픈 감각을 또렷하게 기억해 내는 것 같다. 희수는 나이가 들어버린 현실에서 7살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과거 실제 기억은 꿈속 기억과 겹쳐져 상처가 추억으로 덮이는 듯 하다.


눈을 감고 꿈을 되돌아 기억해보려 한다. 고통스럽게도 꿈속에서의 그 아이의 기억은 흐려지고 가해졌던 폭력과 가녀린 어린 나의 간절한 기도만이 떠오른다.


'혹시 정말로 하느님이 계신다면 혹시 정말로 부처님이 계신다면.. 그것도 아니라 정말 신이 저를 보고 계신다면, 저를 고아로 만들어주세요. 제발 제발 부탁드려요. 그렇게 해 주신다면 제 목숨의 10년 정도는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어요. 이 기도를 들어주기 힘드시면 아빠를 착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세요. 저 정말 착하게 살께요. 제발 아빠를 착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세요.'


어린희수는 눈물을 참는다.

울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까봐. 울면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을까봐 꼭꼭 참는다.





똑똑.

7살 기억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감정없는 눈으로 병실 문을 바라본다.

인기척이 없다.

고개를 돌려 다시 창밖을 본다.


그때 나는 울었어야 했다.

참는거 말고 슬퍼하며 울었어야 했다.

그러면 적어도 희수 자신의 감정을 속이며 살지 않았을꺼라고 생각한다.



뿌옇게 흐린 하늘 구름 틈새로 햇볕이 빠져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 틈을 내어주지 않으려는듯 먹구름은 켜켜이 쌓여서 점점 어둡게 변해간다.


어둠.

무척이나 익숙하고 편안한 놈이지만, 가끔은 몸써리치게 무섭다. 밤이 되면 정직하게 찾아오는 어둠. 1년이면 365번의 어둠을 맞이할 테지만, 이렇게 먹구름이 가득 모여 선물해주는 어둠은 365란 숫자에 한번만큼의 어둠을 더 내게 선물한다.


선물.

그 아이도 내게 선물일까?

잘 알지 못하지만 비슷한 느낌의 그 아이.

난 밖이 아픈아이. 그 아이는 어디가 아픈 아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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