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삶은 우연이든 필연이든 물처럼 흐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강한 흐름에 휩쓸려 빨리 지나가기도 하고, 때론 뱅글뱅글 오랫동안 정체 하기도 한다.
그 흐름에 관여하는 것은 개인적인 성향도 작용할 것이고, 주변여건이나 타인의 간섭이 개입할 수도 있다.
같은 곳에서 함께 오래하리라 생각했던 사람들도 퍼지고 퍼져 같은 곳에 있지 않고, 현재의 삶이 내일의 삶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암묵적으로 모두들에게 공감되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는 한해의 끝과 시작점에서 많은 것들을 반성하고 많은 것들을 계획하곤 한다. 새해가 주는 상징성에 인생을 각각의 소단위로 분리하고 계획과 실적을 빗대어 평가하곤 한다. 새로운 마음을 가지거나 초심을 되새기기엔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그 사무적인 방식에 많은 거부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나란 사람을 돌아보면 나의 삶은 좀 더 다양한 동기들로 분리되어 있는것 같다.
누군가의 장례식장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고 삶을 좀더 귀하게 누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되새기고, 아들의 음악회에 가서 부단히 연습했을 아이의 모습을 보며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아야 겠다고 되새기곤 한다. 또한 본인보다 자식의 아픔과 배고픔에 더 관심을 가지곤 하는 나와 배우자를 보면서 막연한 희생이 어떤건지 깨닫게 된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연말연시를 '송구영신예배'를 하며 보낸다고 한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며 감사한 것들과 간절히 바라는 것들을 비는 자리이리라.
동료들의 얘기를 들으며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가만히 돌이켜본다. 작년에 다시한번 깨달음을 얻었던 '건강'이 주는 고마움. '일상'이 주는 편안한 행복. 돌이켜 생각하면 부모님의 건강에서부터 평화로운 하루까지 행복한 것들 투성인데, 거울 속 내 표정은 행복에 마냥 웃고있지는 않은 듯하다.
왜일까?
인터넷 블로그를 떠돌다가. 나와 같은 가장이고 아이도 있는데 마냥 행복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드는 부정적 생각.
'무척 편한 회사를 다니거나, 안정적이거나, 육아의 고통에서 무척이나 자유로운 천방지축이거나.. 그럴꺼야'
이런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나는 왜 이렇게 꼬여버린걸까? 왜? 무엇때문에?
가끔은 시국을 원망하기도 하고, 나라를 원망하기도 하고, 사회를 원망하기도 한다.
'이렇게 가족의 틀을 갖고 살아가는게 힘든데.. 그 고통에 공감하는 정치인이 과연 있기라도 한걸까?'
그러다가 생각은 어느덧 과거 내가 가장 아팠던 시절에 낡고 녹슬은 자전거를 타며 콧노래를 부르던 나로 향하고 있다.
세상은 아픈거라고, 아프지만 내일은 좋은일이 생길거라고 웃으며 콧노래를 불렀던 그 시절.. 내 노래에 취해 목소리가 커지다가 마주친 사람의 경계하는 눈빛에 헛기침을 하며 지나가곤 했던.. 볼을 스치는 바람이 나의 노래를 날 가장 잘 이해해주는 누군가에게 전달해 줄거라 믿었었던.. 노을진 하늘빛이 내 가슴에 물들어 마음까지 차분히 밤을 맞이했던 그시절..
살기 위해 열정적으로 책을 탐닉했고,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와 가슴속을 가득가득 채웠던 벅찬 그시절..
2017년의 두번째 날이 지나가고 있다.
시간은 또 흘러가고. 흐름에 몸을 맡기는 내가 있다. 올해는 가벼운 낙엽같은 내 삶이 흐르고 흐르다 누군가의 조각배가 되고, 누군가의 쉼터가 되며, 또 나 스스로가 즐겁고 행복한 방랑낙엽이 되어 좀 더 나다울 수 있는 삶이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