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맣게 지새운 밤
노가다에는 쉼표가 없다.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빡빡한 스케줄과 절대공기속에 하늘의 흐름을 거역하여 낮과 밤이 모두 워킹시간이 되곤한다. 노가다를 했던 과거 10년동은 얼마나 수많은 날들을 까맣게 지새웠을까?
밤 10시. 아파트의 슬라브 위에는 타워크레인 4호기와 5호기가 훤히 불을 밝히고, 적막한 밤공기속에 들리는건 레미콘차의 엔진소리와 펌프카의 펌프질 소리. 그리고..
'칙칙.. 박기사~ 콩그리 언제 다 치노?!'
소장님의 닥달소리..
이에 뒤따라 경비원 아저씨의 무전소리가 들린다.
'지금 27번째 레미콘 들어갑니다.'
바쁘게 마감 물량을 계산하는 건축기사. 품질과장님은 콘크리트 품질 검사에 여념이 없다. 달빛도 별빛도 그 풍경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시간.
야간 콘크리트 타설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눈커플은 천근만근이었지만 젊은날의 하루를 그대로 잠에 인계할 수 없어 숙소에서 치킨에 맥주를 먹으며 우리의 하루를 되돌이키던 지난날.
'권대리 큰일났어~ 현장으로 와봐.'
연휴때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이직 후 직장. 연휴때 뿐만 아니라 일상근무가 거의 철야에 가까웠고 그 근태에 불만을 가질 여유보단 이직 후 몸이 힘듦으로 인해 마음이 편했다는 만족감이 컸던 나. 까맣게 지새운 깊은 밤 어느날. 과학적이고 별을 좋아하던 설계과장님이 하늘의 별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권대리. 저 별이 뭔지 알아?'
'에이 과장님.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저건 목성이야. 자 보자..'
그때 당시에 처음 접했던 구글 스카이맵. 하늘의 별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모습이 신기함을 넘어서 신세계를 경험하는 듯 했다. 항상 과학적인 논리로 이야기 하시는 이과학 설계과장님은 과학적인 논리 위주로 이야기 했지만 내 머릿속엔 온통 감성적인 생각들 뿐이었다. 말하는 사람 따로.. 듣는 사람 따로... 이과학 과장님은 나에게 지금 맡고 있는 일 중 한 분야에 특출난 사람이 되면 어디서나 필요한 사람이 될꺼라고 했지만 난 아직까지 입사해서 열심히 공부하고자 샀던 회사 관련 분야의 책의 도입부조차 다 읽지 못했다.
노가다에선 다른것을 꿈꾸고. 다른것을 할땐 노가다를 꿈꾼다. 동상이몽적 사고.. 상상력이 만드는 세상. 내게 충분한 환경적 자원만 주어진다면 나는 혼자 상상만으로도 심심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까맣게 지새운 날들이 힘들지 않았던 이유. 누구는 관련분야의 경험과 경력을 쌓는데 만족했을 그 시간을. 난 상상의 나래로 만족하고 있었다.
밤 10시.11시. 수많은 노가다들의 워킹시간. 몸은 쉬라고 말하고 있는 그 시간에 많은 노가다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각자 같은 모습. 다른 생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