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명한 여행지를 가면 스탬프 투어를 하는 곳이 많다. 각 주요 지역에서 도장을 찍어 그 곳에 다녀왔다는 기념을 하는 것이다.
게임도 비슷한데 포켓몬고란 게임을 하다보면 각 체육관의 배찌를 모으거나 그 지역에서만 나오는 포켓몬을 모으는등의 컬렉션을 유도하는 등의 성격의 것이 많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삶을 돌아본다.
내 머릿속에 찍혀있는 수많은 스탬프들. 각 지역별 시기별 추억들이 가끔씩 툭툭 튀어나와 '아.. 이땐 이런 도장을 찍었었지?'라는 회상에 잠기곤 한다.
나 자신의 개인적 추억도 있지만, 현재에 있어서 가장 강렬한 스탬프 투어는 역시 '육아'에 의한 스탬프 투어일 것이다. 하루하루 콩나물 같이 자라는 아이들. 매일 저녁 아이들 자는 모습을 보면 '언제 이렇게 컸지?' 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둘째 민서는 아직까지 기저귀를 차고 오리같은 모습으로 뒤뚱뒤뚱 뛰어다닌다. 활동량이 많고 먹성도 좋아 다리통이 민재만큼 커서 가끔씩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마음속에 기저귀 스탬프를 찍는다. 이 시기가 지나면 기저귀 찬 모습을 기억속에서나 더듬을 수 있겠지. 이제 제법 커서 대소변을 가리려고 대변도 구석에서 앉아서 보고, 소변을 기저귀에다 보는 것도 찝찝해 한다. 민서와의 대화가 너무 재미있다.
'민서야. 이거 쪼꼰줄 알았어?'
'응'
'이거 쪼꼬 아니야~'
'쪼꼬 아니야?'
라고 어눌하게 되묻는 말투가 너무 귀여워서 온가족이 깔깔대며 웃곤 한다. 이 어눌한 말투도 스탬프를 찍어본다. 조금 지나면 능숙한 말투를 구사하며 언제 그랬냐는듯이 큰 아이가 되어있겠지?
자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연신 입술에 뽀뽀를 한다. 잘때 괴롭히는것이 왜 그리 설레이고 신나는지.. 낯설은 느낌에 꿈틀대며 손으로 입술을 비비고 가끔 일어날때도 있지만.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난 매일 뽀뽀 시도를 한다. 작고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 뽀송뽀송한 우유냄새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겠지? 스탬프를 찍는다.
첫째 민재. 민재는 살은 찌지 않았지만 하루하루 다르게 길쭉한 모습으로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민재와의 매년 매달 다른 교감과 추억은 그 누구와도 나눌수 없을만큼 강하고 크게 내 안에 자리잡아 있는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척 대단한 일이 닥치기 전에 마인드 컨트롤 하는 자세로 '나중에 민재가 나를 서먹서먹해 하거나 친구들과 노는것을 더 좋아하더라도 서운해 하지 말자. 모두들 겪는 시기이니까..' 라는 생각을 연신 해대곤 한다. 자꾸 감정을 잡으려 하는 것을 보니 많이 두렵긴 한가보다.
옆에서 자려하고. 옆에서 잠을 못자게 허리를 연신 쑤시는 행위도.. 너무 괴롭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았겠지? 그 어느때보다도 진지하게.. 스탬프를 찍어본다.
얼마전 장염을 앓고 연신 구토를 하는 도중에도 주변이 어질러질까. 혹시 이불이 더럽혀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아픈 모습을 보니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아프면서도 눈치를 보는.. 아마 이 아이도 의식이 있는 한 자신보다는 남이나 다른 것들을 더 배려하고 의식하는 아이로 커 가는 것 같다. 유전자의 영향인지 후천적 교육의 탓인지 모르겠지만.. 좀더 뻔뻔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은 내 삶의 과정이 너무 고단하고 쉽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마음이겠지. 그 쓸쓸하고 아픈 성장의 과정. 어제 앓면서도 다른 것들을 배려했던 민재의 모습의 스탬프를 찍어본다.
하늘의 별의 감동이 아무리 크다한들 초롱초롱한 자식들의 눈망울을 볼때의 감동과 같을까? 어디를 가도 묻지도 않고 따라가고.. 함께 하는 모든것에 신나하는 아이들을 볼때면 말 할 수 없는 행복을 느낀다. 내 말에 복종하는 것에 대한 행복이 아닌, 모든 것들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충만감. 많이 힘들고 지치고 부딪히고 갈등도 생기곤 하지만 그 본연의 모습은 행복과 아름다움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2017년의 8월 11일. 날짜 밑에 '말복'이라는 이름이 써져있는 그 날에 기분좋은 선선함. 보슬비가 내리는 어느날의 저녁 무렵의 선선한 느낌의 스탬프를 찍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