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_2

작음과 큼의 정의

by Far away from

지금 과거를 돌아보면, 과거 내가 접했던 세상이 작은 세상이고 현재 내가 접하는 세상이 큰 세상인것처럼 느껴진다. 집과 학교, 도서관 정도가 주 생활권인 유아 청소년기를 거쳐서 대학시절엔 지하철로 1시간 내외 거리인 서울 시내 전역이 주 생활권이 되었고, 현재는 서울 경기 뿐만아니라 주말에 여가활동으로 전국 어디를 가도 그리 거부감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라디오와 책이 혼자있는 시간의 훌륭한 벗이었다면,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세상의 동향과 이슈를 알 수 있으며, 수백 수천곡의 노래를 다운받아 랜덤듣기를 하고 있다.


나의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그 시절 방학이나 휴일에 나의 패턴은 그랬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라디오를 듣거나 책을 읽으며 뒹굴거리다가 방바닥이 내 몸을 흡수할 듯이 끈적이며 붙는 것 같은 느낌이 날때쯤이면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 자전거를 탈 때 나는 자유와 해소감을 동시에 느꼈던 것 같다. 원하는 곳을 원하는 속도로 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희열. 좁은 골목길과 오프로드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자전거에 집중하다 보면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

수유-미아-길음-성신여대로 향하는 4호선코스

창동-의정부 혹은 이문동 등으로 확장성이 좋았던 1호선 코스

덕성여대- 도봉도서관- 북한산 등으로 갈 수 있었던 감성 해소 코스'


등등.. 비록 근방을 벗어나진 않았지만 코스별로 다른 느낌이 드는 것에 대한 풍성한 기분에 그날그날 설레였던 날들. 요즘에는 자전거 도로가 많아져서 자전거를 라이딩이라 칭하며 좀더 빠른 속도로 좀더 먼 거리를 가는 것에 특화된 취미활동으로 변모하였지만, 나에게 있어서 자전거타기는 골목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며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관찰하고,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좀더 생존에 가까운 수단이었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맑은 하늘과 넓은 시야인가?

우리가 미세먼지와 좋지 않은 날씨들에 심하게 결핍을 받지 않는 이유는 좀 더 감성적인 이유가 있음인것 같다. 과거 좋았던 날씨들이 축복처럼 가득 펼쳐진 날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날이 너무 더워서..' 라든지 '비가와서' 라든지 '너무 추워서' 등등의 이유로 하늘과 날씨를 봄에 인색했으리라. 그리하여 어색하게 함께 어울려 살다가 떨어져 사는것에 어색하지 않은 현대의 부모님처럼.. 그저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있는 작은 실내 공간만 있으면 하루를 풍성하게 보내고 있다는 충만감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명확한 진실은 우리가 자주 보지 않으려 하고 외면했던 날에도 하늘은 티없이 맑은 모습으로 누군가 봐주길 바라며 그렇게 아름답게 있었다는 것이고, 부모님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위해 아름다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을 거라는 사실이다.


요즘 나는 주어진 큰 세상에서 작은 세상을 꿈꾸는 경우가 많아졌다. 짧은 시간에 온 세상을 품을 수 있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던져버리고 과거 그 답답한 방구석에 가서 둔탁한 활자가 가득새겨진 누런 책장을 넘기다가.. 홀가분하게 츄리닝 하나만 걸치고 자전거를 타고 나서는 것이다. 돈도 필요없고 물도 필요없고 스마트폰도 필요없는 진정 나만의 외출. 그렇기 때문에 오로지 나 자신에만 집중하고 해소 할 수 있었던 외출을 했던 그때. 다른 사람들의 입고 있는 옷이나 가진 재산이 궁금한게 아니라 그 사람의 생김새나 가슴에 들은 것들이 궁금해 멀뚱멀뚱 사람들을 관찰했던 그때의 작은 나로 돌아가 티없이 맑은 웃음을 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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