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_3

용기 있는 새벽시간

by Far away from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겐 '용기 있는 새벽시간'이란 것이 존재했었다.

다음날 소화해야 하는 일정은 항상 분명하고 명확했지만

잠보다 더 가치 있다 판단되는 '새벽시간'이 존재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턴가 그 시간을 잃어버렸다.

그런 용기를 내기보다 삶에, 세상에 수긍하며 다른 사람들이 대부분 뛰어든

'잠'이란 호수에 몸을 내던졌다.


마치 조교의 구령 소리가 들리는 듯..

1번뛰어. 2번 뛰어. 3번뛰어. 왜 안 뛰어. 어?!

나의 일탈은 우리 안으로 채찍질당하고 있었다.


기억되는 새벽시간이 많이 있다.

대학시절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서 10 정거장 내외는 걷곤 했던 새벽시간..

그 새벽은 대부분 고요했지만.. 움직이는 것들도 많이 존재했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자동차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를 불투명 처리가 되어있는 창 안의 심야 다방 및 찻집.

창밖으로 새어 나오는 노래방에서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의 소리.

과연 집에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모습으로 꾸벅꾸벅 음주 바이러스에게 점령당한 사람들.

늦은 시간까지 운행을 마치고 정리를 하는 버스기사님. 등등..


그밖에 대체로 고요한 세상의 거울에 비춰 내면을 탐색하는 시간이 많았던 새벽시간은 내게

일용할 양식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투쟁 같았던 낮시간의 고통을 새벽시간의 고독으로 해독하곤 했던 나의 나날들..


생각해보면 사실 나를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게 했던 시간들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며 계획적으로 잘 분할된 하루가 아니라

즉흥적이고 비효율적이고 비상식적이고 호기로웠던 '용기 있는 새벽시간'이었던 것 같다.


살면서 용기는 점점 줄어들겠지만..

아직 난 표현할 수 있고.

기억할 수 있고.

예전의 나를 더듬을 수 있으며.

가끔 말도 안 되게 워크숍 전날 새벽에 이렇게.

'용기 있는 새벽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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