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이 슬프지 않을 이유
지독한 피로는 아침 햇살을 원망하게 만든다. 때로는 아름다운 지구행성에 사는 축복이라 생각했던 그 햇살도 자신의 몸상태에 따라서 언제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는 것이다.
K는 삶과 죽음에 관해 끊임없이 고찰해 왔다. 그 고찰의 원동력은 역시 '두려움'일 것이다. 타인에 고통에 무감각한 우리가 정신 바짝 차리게 되는 자기 자신의 고통과 소멸은 인간으로써 집중 하지 않을 수 없는 화두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큰 대동맥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인생에서 마치 그 모든것을 초월한 감정인양 몰입하게 되는 또 다른 감정. 사랑.
사람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삶과 죽음을 초월할 것처럼 이야기 하기도 하고, 상상속 동물과도 같은 '영원'을 맹세하기도 한다. 하지만 평생 다니던 직장을 단 한순간에 잃어버리곤 하는 우리의 현실처럼 이별도 예고 없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K의 앞에 오래되어 보이는 연인이 지나간다.
K는 그들을 보며 나즈막히 외친다.
'자신의 고통 앞에서 너의 모든것을 쉽게 외면해버릴.. 네 앞에 있는 사람을 믿자마.'
K가 이렇게까지 부정적이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극심한 '건강염려증'때문에 자신의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는 것 같을때 흔히 나오는 증상이었다. 그것은 또한 사랑하는 주변인들의 고통스런 상황 앞에 오로지 자신의 건강만을 염려하게 되는 무기력한 존재에 대한 자조적인 비웃음 이었다.
그러다가 고민이 해결되고 난 후엔 무척이나 인자한 사람인척 인자한 웃음을 흘리고 다니겠지.
K는 연인이 지나가고 난 후에 땅을 보며 고개를 푹 숙여 나즈막히 또 외친다.
'믿지마. 헤어져도 슬퍼하지 마.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경험할 세상속 수많은 '나'라는 존재는 끊임없이 자신의 좋고 싫음에 집중한 채 웃고 울기를 반복할 테니까.. 세상에 네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없어'
하지만 K는 알고 있었다. 끝없이 부정해도 그 끝에선 결국 긍정해야 하고, 긍정하다가도 결국 부정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쓸쓸하면서 씁쓸한 인생에는 소설과 같은 잘 짜여진 기승전결은 존재하지 않고, 끊임없이 삼키고 배설하기를 반복한 채 그 안에서 희망의 웃음을 흘리는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많은 거리를 지난다.
세상엔 온통 밝고, 웃는 이만 존재하는 것 같이 보인다.
왜냐하면, 절망과 좌절은 보통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