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_4

아빠의 달력

by Far away from

해마다 이맘때쯤 되면 챙기게 되는게 있다.


'내년 달력은 있나? 다이어리는 있나?'


그럴때면 항상 아빠가 생각난다. 연말이 되면 싱글벙글한 모습으로 벽걸이 달력, 탁상달력, 회사 다이어리를 한보따리씩 가져오곤 했던 아빠. 그것들 중 원하는 디자인, 원하는 용도의 것들을 하나씩 차지하고 난 후 꼭 남곤했던 것들을 장롱 한켠에 넣어놓으시며 또 누구를 줄까? 고민하는 모습이 보이시던 아버지.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다이어리나 달력을 그렇게 많이 가져가지도, 그렇게 많이 생기지도 않던데.. 자식들 나눠주려고 억새고 모진 모습으로 챙기셨을걸 생각하니 따뜻지만 한편으론 애달프다.


한평생을 수백만원의 월급을 받으시며 자식들 뒷바라지 했던 아버지인데, 그 수없이 많이 받았을 월급보다 매년 챙겨오시던 몇푼 안되는 다이어리나 달력이 더 생각나는걸 보면, 사람이 세상 사는데 돈이 전부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물론 돈으로 많은걸 할 수 있는건 분명 하지만, 돈으로 할 수 있는 추억이 많은거지 돈 자체는 그 어떤 좋은 추억이나 인상깊은 기억이 될 수 없다. 물론 로또가 된다거나.. 큰 보너스를 받는 등의 이벤트는 추억으로 간직될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버지는 퇴직하시고 회사에서 가져오시던 수많은 전리품(?)들을 가져오지 못하는 공허함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일까? 그렇게 가져다주기 좋아했던 사람인데.. 그 따뜻한 마음이 어떤식으로 변형된다 한들 그 누가 비난할 수 있는걸까?


이제 가장이 되고, 아버지가 퇴직하시고 나니 다이어리나 달력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평소 마당발이거나 인맥이 넓은 편이 아니라서, 그리고 회사 사정이 좋지도 않은지라 회사 다이어리도 4년에 한번씩 나오는 것이 고작인데..


그 풍성했던 연말이 그리워진다. 새 달력냄새. 새 다이어리 냄새로 가득했던 그 온돌방 어린시절 풍요로웠던 그 날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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