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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r away from Jan 27. 2018

수레바퀴

2008.1.27cy

"수레바퀴야. 네가 하루종일 굴러가기가 너무 힘들더라도 너는 절대 도망가서는 안돼. 난 너를 위해 하루에 한번씩 짐수레와 너를 이어주고 있는 연결부위에 기름칠을 칠해주고, 네가 썩거나 얼지 않게 항상 심혈을 기울여 관리하지. 행여나 모진 돌맹이가 앞을 가로막고 있으면 그것을 피해 가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몰라. 하긴.. 그것들이 다 너를 위한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것이겠지만 말야. 네게 문제가 생겨버리면 난 무척이나 곤란한 지경에 빠져버리고 말거든.."

 

수레바퀴는 구르고 또 굴렀다. 자신이 수레바퀴로 태어난 이상.. 구르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또 진심으로 열심히 굴렀다.

 

"수레바퀴야. 내가 기력이 다해서 이제 너를 내 아들놈에게 맡겨야 겠구나. 정말 오랜시간.. 네가 날 도와줘서 나는 하루하루 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으며 행복하게 살았었지. 내가 지금까지 먹고 마시고 생활할 수 있었던것은 너의 덕이 가장 크단다. 수레바퀴야. 나는 너를 수레바퀴의 용도로밖에 쓰지 않았지만 너의 능력은 더 무한하고 크겠지. 묵묵히 너의 역할을 해준 네가 난 누구보다도 감사하고 있어. 수레바퀴야.. 내 아들놈은 성격이 고약해서 너를 아껴주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수레바퀴야...."

 

그렇게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다. 그 할아버지의 고약한 아들은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아 수레짐을 나르기 시작했다.

 

"몹쓸 수레바퀴 같으니라고. 작은 돌따위에 휘청할꺼면 곰팡이가 가득한 창고에 쳐박아 버릴테다. 아버지는 너에게 하루에 한번씩 기름칠을 해줬지만 너는 그만한 댓가를 하지 못하는것 같으니 네가 충분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할때까지 나는 기름을 쳐주지 않을테다. 그리고 명심해. 세상에는 너보다 더 튼튼하고 근사한 수레바퀴들이 얼마든지 있다구. 너따위가 나의 짐수레의 바퀴 역할을 하는건 도무지 이해할수 없는 일이지만.. 아버지의 당부가 있었으니 당분간은 써먹어 줄께."

 

수레바퀴는 가치관의 혼란을 겪었다. 자신이 있을곳이라는 생각에 한번도 의심이 없었던 곳에서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자 머릿속은 온통 혼란 투성이였다. 자신의 능력을 다해 열심히 구르고 또 구르면 할아버지는 만족해 했고 누구보다도 더 능력있는 존재로 인정해주었다. 그리고 할아버지.... 다른 수레바퀴가 있을수 있다는것은.. 말해주지 않았잖아....?

 

 

 

 

 

하늘에 별은 비추고..

그 별조차 하나가 아닌것에 슬퍼한다.

 

사람은 제각각 생김새가 다르고 행동패턴이나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지만..

우리가 있는 대부분의 곳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하나의 '수단' 이나 '도구'로 취급 당한다.

'수단' 이나 '도구' 는 언제나 대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왜 모를까..

 

우리를 '수단' 이나 '도구'로 치부하는 사람들조차도..

'수단' 이나 '도구' 일수 있다는 사실을....

 

 

바다에 달이 비춘다.

달이 슬픈이유는..

하나밖에 없는 달일지라도..

비추이는 호수나 바다나 강은 무수히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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