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자. 그리고 추억하자.
간만에서 울 나들이.
한강변에서 올림픽 경기장을 지나갈 때 민재가 물어본다.
'아빠~ 저기 오륜기 있다~ 평창 올림픽 경기장이야?'
'아니. 여긴 서울이니까 평창이 아니지. 음.. 그러니까 1988년 아빠가 9살 때.. 서울에서 올림픽이..'
아.. 그때도 내 나이 9살 때였구나.
민재가 9살 때 평창 올림픽이 개최된 것이 우연일까 필연일까?
너와 나의 9살엔 똑같이 올림픽의 기억이 있겠구나.
민재는 유독 평창 올림픽에 집착했다.
'아빠~ 소원이 있어. 그건 바로 평창 올림픽 보러 가는 거야. 꼭 들어줄 거지?'
그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불철주야로 티켓을 알아봤고, 바쁜 일이 끝나자마자 휴가를 냈고, 평창으로 떠났다.
아이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데다가 야간경기밖에 예매할 수 없어 올림픽 경기는 보지 못했지만, 강릉과 평창의 올림픽 경기장은 모두 둘러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다비, 수호랑 인형도 운 좋게 구매했다.
나의 올림픽은 어땠었지?
나의 9살은 부모님께 올림픽 경기를 보러 가자고 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것 같다. 주어진 일상과 그 안에서의 친구끼리의 동네 놀이 문화.. 그 당시의 대부분이 그랬겠지만, 일상에서의 뭔가 하고 싶은 이벤트 같은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의 9살 생활권은 동네, 슈퍼 심부름, 가끔 문구점 앞에서 뽑기, 드래곤볼 카드, 학교와 집. 형제간에 먹을 것 다툼.. 그 정도였던 것 같다.
세상이 변했고, 나도 변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여행. 캠핑. 그리고 주어진 시간에 의미 있는 것들 찾아서 행하기..
나의 부모님이 여러 가지 이유들로 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민재와 나이가 똑같은 우리의 애마 소꺼비도 9살이다.
요즘 들어 엔진 소리가 유독 커져 똥차 취급을 받기 일쑤이지만, 나에게, 우리에게 정말 의미 있는 차다.
어떻게 어떻게 끼워 맞추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9라는 숫자로 둘러싸여 버렸다.
너와 나의 올림픽.
1988년. 그리고 30년 후인 2018년..
나의 9살. 너의 9살. 그리고 소꺼비의 9살. 우리의 9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에 덩그러니 놓인다.
점점 큰 세상을 가슴에 품는 것이 보이는 민재에게 항상 더 큰 아빠이고 싶고, 더 큰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요즘 들어 부쩍 짜증이 늘어난 민재.
동생에게 치여 여러 가지로 불만족이 많아졌다.
그만큼 큰 세상을 가지게 되었다는 거겠지.
너의 9살이 더 찬란한 기억으로 10이란 숫자로 수렴되기 위해..
잊지 마 오늘.
그리고 잊지 않게 하기 위해 아빠는 또 새로운 것들을 준비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