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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r away from May 31. 2018

한달간의 자유

달라지지 않은 나

자의인듯 자의아닌 자의같은 한달이라는 시간이 끝나간다. 한달동안 크게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되길 바랬고, 나의 과거 현재 미래가 정리되길 바랬다. 작게는 새로 맞이하는 업무에 다시금 초심을 가지고 지치지 않고 열정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하길 바랬다.


하지만 지금 나 자신을 돌아보면 크고 작은 목표들을 다 성취하지 못한 듯하다.


오늘 아침에는 이제 막 달궈지기 시작한 초여름 햇살을 그대로 받으며 느리게 걸으며 많은 생각들을 했다.


'한달이라는 시간의 초입에 가졌던 욕심스런 계획들은 내게 이룰수 있는 것이었을까? 부산스런 곳에서 정신없이 살며 궁여지책으로 만들어 낸 애초부터 답이 있을 수 없는 계획은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연말연시가 되면 새로운 계획들과 목표들을 세우며 전의를 다진다. 또한 분기별로 마음을 다잡는 계기를 마련하고, 주로 명확한 목표를 이루지 못한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 그 생각의 주를 이룬다.


나는 어떨까?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 누구도 태어나고 죽을때 삶에 대한 명확한 답이나 정의를 알진 못한다. 태어남의 순간과 떠남의 순간이 모두 모호하기 때문에 자신이 조율 할 수 있는 삶의 과정에서 좀 더 명확한 무언가를 갈구하게 된다. 하지만 명확한 무언가를 쫓으면 쫓을수록 허무해지곤 한다. 돈과 명예를 쫓아 생을 살았지만 쫓으면 쫓을수록 또 다른 갈증으로 그 과정을 끝내지 못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그 과정조차 해피앤딩이지 못한 경우도 많다.


하나의 답이 있다면 그것을 쫓아 하면 될텐데.. 세상엔 단지 수많은 생명체의 각자의 삶이 있을 뿐이다.


나의 삶은 찬란하지도.. 결과가 꽃필날을 간절히 기도하며 바라는 남들처럼 뚜렷한 못표가 있는 삶도 아니다.


수많은 것들을 흩뿌리고, 많은 추억을 쌓고, 현재 좋은것들을 찾아하지만 그것들이 잘 정돈되거나 정리되진 못한다.


어떻게 보면 남들보다 더 불확실한 과정속의 삶을 살고 있는 나. 한달이란 시간을 보내면서 명확한 하나의 목표를 위해 매진하지도, 또 다른 삶의 방편을 위해 길을 마련해놓지도 못했다.


하지만 명확한 한가지는 확인하게 되었다. 나는 과정속에 결과를 쌓아놓는 인간형이라는 것이다. 나의 수많은 과정속에는 다양한 결과가 쌓여있다.


책을 좋아하던 몸과 마음이 아픈 아이는 자라서 직장을 다니게 되었고, 수많은 내적 갈등속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회사생활에 임하게 된다.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아이를 통해 제대로 살지 못했던 내 어린삶이 투영되어 하나 둘씩 새로운 것들을 하게 된다. 캠핑을 시작하게 되었고, 천체 관측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제과 제빵과 홈베이킹에도 매진하게 되고, 핸드메이드 커피까지 입문하게 된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보험과 부동산, 재테크를 학습하게 되고 갯벌속 체집활동에도 열을 올리게 된다. 자전거를 통해 국토 종주를 계획하게 되고 배드민턴이란 운동도 나의 큰 카테고리중 하나가 되었고, 본능적으로 지속적으로 행하고 있는 글쓰기는 내 '영혼의 숨쉬기'와 같은 행위이다.


많은 것들을 도전하고 행하게 되지만 실은 돈 되거나 미래 진로, 노후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다행히도 먹고살만큼의 돈벌이는 되었고, 훗날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결혼을 하고 지금까지 내 주변의 모든 사람 덕분에 아직까지 큰 경제적 위기를 겪은 적도 없다. 한국 사회에서 살면서 먹고살 걱정에 에너지를 덜 쓴 덕분에.. 다행히 대기업에서 퇴근시간과 주말시간이 어느정도 확보된 덕분에..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가능케 해준 모든 것들에 감사한다.


그리고.. 나의 부모님.. 먹고살 걱정에.. 아이들 잘 키울 욕심에.. 못먹고 못입고 아이들의 문화생활이나 여가생활.. 나와같이 다채롭게 많은 것들을 해보고 시켜보려는 생각조차 못하고 나이가 들어버리신.. 우리 부모님. 어찌보면 아이를 통해서나마 내 어린시절을 찾아보고자 욕심을 부린 나보다 더 측은하고 안쓰러우신 우리 부모님을 생각하면 오만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마법처럼 흐르는 시간의 강을 타며,. 타고 오면서 현재상태의 내가 항상 느끼는 감정은 그나마 건겅하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 차 있지만, 그런 부모님께 딱히 대단한 것들을 해 줄 수 없는 내 자신은 항상 괴롭다.


나 자신이 늙어가는 두려움, 서글픔과 더불어 부모님도 더 높은 곳에서 그러하다는 것은 내 감정선의 높은 곳을 차지하고 있다.


항상 마지막이라는 감정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 오늘은 한달의 마지막날. 비록 다음달이 되더라도 주말은 오고 휴일과 저녁시간에 내 시간들은 주어지겠지만 애틋하고 아쉬운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아마도 삶의 끝까지 이어지겠지. 고민하고, 갈등하고,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고, 갈구하고, 위안하고, 행복하고 추억하는 그 많은 시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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