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오후
음지에 있던 지렁이들이 잠행에 나선다
끝이 어디인지 모를 뜨겁게 달궈진 보도를 건너건너..
무엇이 부족하여 길을 나섰던 것일까?
촉촉한 몸이 뜨거운 바닥과 햇살에 서서히 말라갈때쯤이면
어디선가 개미 친구들이 찾아온다
말라버린 동료를 따갑게 물어뜯고 있는 처참한 곳 옆으로는
다행히도 반가운 그늘과 습기를 머금은 풀들이 존재한다.
그곳에 도착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삶이다.
수명이 다하지 않았더라도 그 무언가를 향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고..
무언가를 하는 길이 어떤 환경인지, 언제 끝나는지.
대부분 알 수 없다.
지렁이..
그 처참하게 일그러진 러시아워..
그들의 삶도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