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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r away from Aug 16. 2018

무서운것

어렸을때를 생각하면 무서운 것들이 참 많았던것 같다.


불주사, 깡패, 귀신, 도둑, 물에 빠지는거, 높은데서 떨어지는거, 군대 가는거 등등..

단순한 것들 위주로 두려웠지만 그때의 두려움이란 정말 큰 것이었다. 또한 날 지켜주는 대체 불가능한 보호막인 부모님의 죽음 또한 큰 두려움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두려움들은 흔히 꿈으로 발현되어 종일 떨어지는 꿈을 꾸거나 주사 맞는 꿈을 꾸거나,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꿈을 꾸곤 했다.


성인이 되어서는 그런 1차원적인 두려움들이 보다 복합적인 성격으로 변하는 것 같다. 도둑이나 깡패가 두렵다기보다는 멀쩡한 모습을 하고 쉽게 사기를 치는 사람들, 점잖게 대출해주고 원칙대로 수거해가는 금융권 사람들.. 정해진 틀대로 생활하지 않으면 가족의 질서가 붕괴될 수 밖에 없는 무게감들..


주로 현실적인 것들로 대체되고 가장이란 이름에 맞게 식구들과 연관되어 있는 것들이 그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듯 하다.


어렸을때의 두려움이 마치 구름이나 비가 하늘의 전부인것처럼 느꼈던 감정이라면, 현재의 두려움은 우주와 별과 은하를 느끼듯 까마득하지만 본질적인 감정인 것 같다.


그렇게 까마득해진 내가, 1차원적인 것들에 집착할 나이인 아들과 함께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에는 무척이나 현실적이고 1차원적인 이야기도 있고, 우주 본질적인 이야기도 있다.


전에는 나의 세계를 보여주고 소개해주는 정도에 그쳤다면,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가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폭이 늘어나고 있다.

커가는 키 뿐만 아니라 커가는 마음이 어느덧 나의 것들과 비슷해져간다.


전에 공감하지 못하고 내가 일방적으로 이야기 했던 화잿거리를 시간이 지나 다시 접하게 되었을때, 아이는 공감어린 시선으로 날 보며 웃는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듯한 감정이 느껴지며 무척이나 따뜻한 느낌이 든다.


마치 추운날 따뜻한 벽난로 앞에서 함께 즐거웠던 옛이야기를 하며 한참이나 웃고 떠들고 난 후의 충만한 감정처럼..


두려움은 대단함 속에 묻힌다. 낮에 보이는 구름과 푸른하늘, 햇살은 그 속 심연에 있는 대우주와 별과 은하들 보다 결코 못한 존재가 아니다.


1차원적인 두려움이나 고차원적인 두려움이나.. 함께 공유하고 현재 나의 기분을 좌우하며, 내가 어떤 사람과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느냐에 관계된 것이라면 모두 가치 있다.


그 어떤 존재로 살며 어떤 사람과 어떤 시간을 보내고 어떤 생각으로 어떤 추억들을 쌓았는지.. 나의 삶이 끝나는 날 어떤 자세로 얼만큼의 충만함으로 삶을 마감할 수 있는지.. 우주의 드넓음과 신비로움에 대해 경탄하면 할수록. 그것들이 더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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