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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r away from Dec 05. 2018

K에게..

2003.12.05cy

한번도 난 복잡한 지하철통로에서 남들보다 앞서서 나가본적이 없다. 항상 옆에서 끼어드는 사람들로 인해 뒤로 밀리기 일쑤다. 밀리고 밀리다보면 어느새 내 뒤에서 쫓아오는 사람들은 옆으로 빠져서 먼저 가버리고 항상 내가 제일 뒤에 남곤 한다.


후.. 또 혼자인가..



한 친구는 이런내게 말하곤 했다..


"넌 다 좋은데 투쟁심이 없는게 탈이야~ 왜 남들사이에 끼어들 생각을 하지 못하니? 네가 자꾸 뒤쳐지니까 사람들은 앞으로 가고 싶다는 너의 의지마저 느끼지 못하는거야."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되받아치곤 했었다.


"모두다 투쟁심으로 앞서나가기만 한다면 세상이 너무 삭막하잖아.. 그리고 가끔은.. 나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이도 있다구.. 사람의 성향에 옳고 그름을 따질수는 없잖아? ^^"



사랑하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내자리를 위협하며 신문을 보는 옆에앉은 아저씨도..


내가 앉을까봐 얼른가서 자리를 맡는 아줌마도..

나를 치열한 경쟁상대로 보고 견제하는 동급생들도..


내가 자기들보다 성공할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모두 사랑하고 싶은데..


내가 잘못된건가..


친구에게 무엇을 물어보았다. 뭔지 알아들을수 없는 말로 설명하다가 이내 포기한듯 신경질을 부리기 시작한다.


쓸쓸하다.
지식의 잠금장치는 친절한 설명을 거부하고 이내 상대를 무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곤 한다. 그렇게 되면 상대는 머쓱해지고 이내 상황은 종결된다..


한참동안 지하철이 안온다.
지하철이 왔지만 사람이 많이 들어차 있어서 기다리던 사람이 다 탈수 없다. 바쁜시간이 아닌데도 애써 끼어서 타는 사람들.. 그렇게 저렇게 지하철은 지나간다. 여전히 밀려있는 사람들.. 다음차가 온다. 거의 빈채로 온 지하철은 그 많은 사람들을 다 소화하고도 남았다..


한가지 어긋난일은 다른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이 막힌 생각속에선 누구를 대해도 짜증스런 반응들을 보인다.. 이 생각의 고리를 끊어줄수 있는.. 나의 이 답답함을 모두 거둬갈 지하철은 어디에 있을까?


생각한다..


이럴때 날 따뜻하게 감싸주는 사람이 있으면..


내 밝은 모습이 아닌..

이런 못난모습 한번만 따뜻하게 받아주는 사람 있으면..


기꺼이 사랑하겠노라고..


K에게..


K야..

오늘도 힘든 하루였어..

기댈곳도 부빌곳도 없었지만..

다 내가 만든것이란걸 알아..


있잖아..

사람들은 내가 밝을땐 밝게 대하곤 해..

하지만 내가 밝지 않을땐

이런 모습에서 벗어나기만을 바라고..

벗어날수 있는 방법만 가르쳐 주려고해..


K야..

슬픔 기쁨 모두 감정중에 하나인데..

왜 슬픈감정은 따돌림 받는 것일까..?


너는 아니?

슬픔의 응어리가 풀리기 전에

아주 우울한 시한편을 지어봤어..

들어줄래?



겨울에 시작한 사랑은 모두 떠나갔다

겨울에 시작한 사랑은

모두 떠나갔다


시린겨울에 얼었던 손을

봄햇살에 채 녹이기도 전에..


겨울 풍경화 속에 그려놓은 장미한송이처럼 어색하고..


애써 건너가면 없어져버리는 땅처럼 허무한..


모두 외면하는 나를 얼음뒤로 감추고

멀리 떨어져있는 강건너 저 땅을 응시한다


그리고 다짐한다..


올해는 겨울이 다 갈때까지..

이곳에서 동면을 자리라고..

나 가진것 지키리라고..


비록 눈물로 쌓은 고드름과 눈이 마주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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