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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r away from Dec 27. 2018

사랑은 칫솔과도 같은

2004.12.27cy

총천연색 호화찬란한 오랄비 칫솔

뜯지도 않은 그 칫솔을 탐욕스런 시선으로 올려다본다


그 칫솔에 비해 지금 들고있는 이름모를 칫솔은...

내겐 너무 낡았다...


마음먹고 새칫솔을 집으러 가는 손에 들려있던 헌 칫솔이..

손에서 미끄러져 하수구로 들어갔다.


정말이다..

단지 실수로 손에서 미끄러졌을뿐이다


등골을 타고 서늘한 기운이 퍼져 내려간다.


그 기운은 다시금 머리로 올라와 미안함에 동작을 멈추게 만든다.


낡은 칫솔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것은

그것과 나와 함께했던 시간과..

함께 나눈 스킨쉽과

나의 더러운 이물질을 기꺼이 제거해주었던..

그것의 희생정신이 순간 나의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단지 순간 조금 슬펐을 뿐이다


내 이가 모조리 하수구에 빠진듯 이상한 감정이 들기도 하지만

도리질을 하면 떨쳐질 감정일 뿐이다


새 칫솔을 뜯는 순간은 설레임에 넘쳐있다

신기술이 적용된 놀라울만큼 세련된 칫솔모가 나를 감동시킨다


행여 부러지기라도 할까봐 조심히 다루는 내 모습을 보니

마치 내 이보다 새 칫솔이 더 소중한 듯하다


하지만 이게 맞는 것이다


새 칫솔에게 이정도 대우는 당연한 것이다


자랑스러운듯 칫솔함에 칫솔을 조심스레 넣어놓고

잠자리에 든다


내 이는..

새 칫솔의 감촉이 낯설었는지

불평하듯 시큰거린다


옛칫솔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그리워하는 대상이 하수구에 빠져있다는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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