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원래 그랬다.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익혀서 아는 것인지, 경험으로 아는 것인지, 직감으로 아는 것인지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그렇다는 것이고, 그렇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일 년 일 년..
그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세상에서 마치 오후의 햇살처럼 나른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치를
난 가끔씩 받아들이며 살았지만 또 가끔씩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시 두려워하곤 했다.
그런 세상에서 난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고, 그에 따른 결과물(흰머리, 흰 수염 등등..)을 매일매일
바라봐야만 하는 시련까지 더해진 상태로 살아가야 한다.
수많은 변수와 한정된 수명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또 그 안에 평화로운 시간들도 존재한다.
나 받아들이겠다.
사방이 적들로 둘러싸인 이 곳에서 기꺼이 나이가 들어감을 받아들이겠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모든 것이 무뎌지겠지만..
심지어 두려움이나 집착 절박함과 간절함조차 사라져 갈지도 모르지만..
무언가 대단한 무언가를 해내리라는 나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조차 이루지 못한 채 스러질지도 모르지만..
난. 사그라져가는 현재를 타들어가듯이 살아가며 존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