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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r away from Aug 19. 2020

삶의 언제가 행복했었냐면..

삶의 언제가 행복했었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지 못하리라.


마냥 행복했고, 마냥 불행했던 순간의 기억은 잘 기억나지 않기에, 이땐 이래서 좋았고 저땐 저래서 좋았다는 구태의연한 설명들이 곁들여질 것만 같다


나의 유아기.


아프고 고독했지만 맑은 하늘과 바이러스 없는 환경에서 학교의 수돗물마저 꿀꺽꿀꺽 먹으니 나름 행복했었다.


나의 청소년기.


여전히 아프고 고독하고 심지어 마음의 병까지 얻어 절망에 빠졌지만 진실된 벗들이 함께 했고, 수능이라는 큰 위기도 나름 무난하게 극복할 수 있으니 좋았다.


나의 장년기


마음에 맞지 않는 학문에 매 순간 내적 갈등을 겪으며 대학생활을 해야 했지만 무난하게 졸업하고 무난하게 취업을 하여 돈을 벌 수 있으니 괜찮았다.


나의 결혼에서부터 지금까지..


둘이만 좋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수많은 마찰과 갈등을 겪었고, 육아의 고난 속에서 시달려야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하니 이보다 좋을 순 없었다.


1년 가까이 지속된 바이러스에 내 몸을 보호하려 마스크에 외출금지에 손발이 꽁꽁 묶인 것 같은 기분이지만, 예전과 다름없는 햇살이 감사하고, 풀들이 갸륵하고, 비바람과의 맞닿음이 귀하게 느껴진다.



끊임없이 비워내고 비워내는 것이 숙명인 나로서는 어찌 보면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운명과도 같은 행복이라 여겨진다.


삶의 언제가 행복했었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지금이라로 얘기하리라.


고통과 고달픔이 없어서 행복한 게 아니라, 이렇게 기꺼이 나로서 너와 함께 살아가는 지금이라서 행복하다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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