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위해 산다고
살기 위해 먹는다고..
삶을 옥죄이는 생존이란 말들이 머릿속에 희미해져 가며 난
너른 들판의 잠자리를 보았다
주황색 들꽃이 가득 피어있는 들판 위로
잠자리가 바닷속 물고기들처럼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다
누가 봐도 생존과는 거리가 먼 아름다운 몸짓.
어쩌면 잠자리도 나도
먹는 시간보다 삶을 유영하는 시간이 더 많을 텐데
왜 우린 그때를 이야기하지 않을까?
자유로웠다고
행복했다고
푸른 하늘 밑 바람에 일렁이는 들꽃을 보니 가치 있게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왜 말하지 않는 걸까?
생계와 삶과 생존 앞에 무력해지는
세상 속 수많은 것들이여
꽃은 시들고
잠자리는 훗날 볼 품 없는 모습으로 개미들에게 이끌려 가겠지만..
찬란하게 날고 피었던 그 시간을 난 기억 한다
내 삶의 결과가 죽음이 아니라는 백 마디 말보다
더 의미 있는 건
모진 비 맞으며 여기 서있는 현재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