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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시

회사

by Far away from

오늘은 정말이지 회사에 오기 싫었다

주차장에 도착하고

시동을 끄고

무거운 다리를 왼쪽으로 비틀어

엄청난 높이의 낭떠러지 밑으로 발을 내민다

바닥은 늪지대인 듯

발이 푹푹 빠지는 느낌이 들어 걷기 힘들다

여느 때에는 기분 좋게 들리곤 했던

새소리도 들리지 않고

기분 좋은 아침 햇살도 내게는 비추지 않는 듯하다

도착해야만 하는 시간이 다가오기 전

피울 수 있는 최대한의 게으름을 부리는 것은

내가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자유이다

도착한 나는

마치 입을 봉인당한 앵무새와 같은 하루를

또 견뎌내야겠지

1년 같은 하루를

또 버텨내야겠지


오늘은 아침 햇살도 유독 무척이나 덥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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