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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시

가을을 산다

by Far away from

살아있다고 매 순간 살아있음을 느끼는 건 아니다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다가

삶의 속도대로 살다가

문득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다 보면

현재의 나

살아있는 나를 자각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 삶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사회 속의 나

가족 속의 나는 온데간데없고

대자연속의 나만 남게 된다


생명체로써

보다 본질적인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


결론 없이 끝날게 뻔한

그 시간 속에 내가

세상 속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기분이다


녹슨 건물의 구릿빛 눈물에도

가을을 맞이하는 나무들의 바래진 낯빛에도

낯선 새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지저귐에도

어디선가 메아리쳐오는 낯선 이의 고함소리에도


순간을 사는 것만 같은 난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존재의 나타남과 사라짐은

가을이 오고 가고

풀들이 옷을 입고 벗듯

유한하면서도 무한하다


나로 인한

그 무언가에도

말미암지 않으려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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