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고 매 순간 살아있음을 느끼는 건 아니다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다가
삶의 속도대로 살다가
문득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다 보면
현재의 나
살아있는 나를 자각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 삶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사회 속의 나
가족 속의 나는 온데간데없고
대자연속의 나만 남게 된다
생명체로써
보다 본질적인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
결론 없이 끝날게 뻔한
그 시간 속에 내가
세상 속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기분이다
녹슨 건물의 구릿빛 눈물에도
가을을 맞이하는 나무들의 바래진 낯빛에도
낯선 새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지저귐에도
어디선가 메아리쳐오는 낯선 이의 고함소리에도
순간을 사는 것만 같은 난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존재의 나타남과 사라짐은
가을이 오고 가고
풀들이 옷을 입고 벗듯
유한하면서도 무한하다
나로 인한
그 무언가에도
말미암지 않으려 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