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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시

엄마를 삼키다

by Far away from

어머니가 주신 단감 몇 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반짝이는 감 표면에 퍼지는 엄마 얼굴

그 얼굴을 타고 흐르는 물 몇 방울


무심한 듯 물방울 닦아 칼로 껍질을 깎는다

감 중간 골이 깊은 부위는 껍질이 잘 까지지 않는다

살을 깊게 도려내 깎던가

그 부위에만 칼을 깊숙이 집어넣어 깎아야 하는데..

난 그냥 작게 남아있는 껍질을 남긴 채 주요 부위만 깎는다


길게 늘어지는 감 껍질에 어머니의 깊게 파인 주름이 아른거린다

감 껍질보다 긴 한숨소리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항상 어머니와의 시간은 왜 그리

조바심 나고

빨리 흐르고

편치 않은지


오히려 어머니가 주신 감을 깎으며

그분을 그릴 때가

온전히 그분을 사랑할 때이다.


못 챙겨줘서 안달 내고

더 주고 싶어 안달 냈던 당신에게서 받아온 감 몇 개..


배부른 점심

그 감을 꾸역꾸역 깎아 먹으며

흐르는 눈물을 애써 삼키며..


이윽고 감 맛이 나는 엄마를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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